기고 혼돈과 아픔 우리 모두의 상처 김영민 김천 YMCA사무총장 굳이 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생명을 빼앗은 자는 마땅히 생명으로써 만이 그 죄의 값을 치를’ 수 있으리라. 또 ‘아무리 화가 나서 넘쳐나는 한이 있다하더라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선이 있으니 이는 생명’이라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지역에서 ‘외국인 아내를 둔 자신을 비웃는다’고(영남일보 8.25), 베트남인 아내를 모욕하고 8개월 된 아들을 혼혈아라고 놀리는 것에 격분하여‘(연합뉴스, 경상매일신문 8.25), 베트남 이주 여성과 재혼한 자신과 아내를 모욕’하는(매일신문 8.25), 포장마차 여주인을 살해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은 이렇다 평소 내성적이었던 성격으로 가족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영남일보) 가해자는 ‘혼자 술을 먹던 중 술에 취한<혈중 알콜 농도가 만취 상태인 0.3%로(연합뉴스)> 주인 이씨가 “(아내를)얼마에 사왔느냐?” “외국에서 시집온 여자는 화류계 출신이 많다더라”는 식으로 10여 차례 모욕을 주어 홧김에 우발적으로(매일신문) 현장에 있던 맥주병으로(연합뉴스)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한 남성의 우발적인 살인사건으로만 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의 삶에서 다문화가정이란 특별한 형태가 아니다. 아니 농촌으로 갈수록 ‘한 집 건너 하나’(다문화가정)라는 말과 전국 단위의 지방자치제에서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수가 가장 많은 김천에서는 다문화가정이야말로 이 지역을 지탱하는 큰 기둥의 하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김천의 내일을 맡길 사람은 바로 다문화가정에서 자라나는 우리들의 자녀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를 놀림감 정도로 생각하는 치졸한 혈통주의와 보수 패쇄 의식, 동남아 지역에 대한 맹목적인 우월주의는 우리사회에서 마땅히 추방해야할 나쁜 습관의 첫 모습이 아닐까,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완전한 하나가 바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닌가? 이런 면에서 다문화가정에서의 문제는 개개인의 아픔 또는 문제점이 아닌 우리의 미래(희망)에 대한 기대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금번의 사건은 이 사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을 죽였으니 마땅히 그 죄의 값은 치러야한다. 그러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젊은 나이에 시집와서 여러 면에서 힘들어 하는 아내와 그 가운데 태어난 사랑의 결실인 8개월의 어린 아들을 ‘화류계여성, 혼혈아’라고 술에 취해서 10여 차례 놀리는 상황에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동시에 남겨진(?) 그들이 겪어야할 어려움이 얼마나 될지는 불을 보듯 환히 보이는 일이기도하다
] 우리사회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법정의 판결만이 해답을 알고 있다. 바라기는 잘못된 우월주의, 혈통주의, 분리주의라는 구시대 망령들이 더 이상 우리의 발목을 잡아서는 되지 않아야 할 것과 지구형제의 삶이 우리의 지향점이라는 21세기의 역사적 소명을 분명하게 일러주시기를 강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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