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 한 몸의 그늘” 문태준 네 번째 시집 ‘그늘의 발달’ 문태준(38세) 시인의 시집 ‘그늘의 발달’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350으로 발간됐다.
봉산면 태화리 출신으로 김천고를 거쳐 고려대 국문과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문태준 시인이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에 이은 네 번째 시집 ‘그늘의 발달’에는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손수레인 나를’, ‘목욕 신발’, ‘사랑의 외곽’ 등 71편의 시가 4부로 나눠져 있다.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감나무가 너무 웃자라/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한 몸의 그늘/그늘의 발달/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눈물은 웃음을 젖게 하고/그늘은 또 펼쳐 보이고/나는 엎드린 그늘이 되어/밤을 다 감고/나의 슬픈 시간을 기록해요/나의 일기에는 잠시 꿔온 빛 표제시 ‘그늘의 발달’ 전문이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문단에 나와 그동안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태준 시인의 ‘그늘의 발달’에는 평화롭고 정감이 가득한 세계가 있다. 그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지만 시인의 조명이 없었다면 잃어버렸을 세계이다. 삶의 감각, 사물의 감각, 언어의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빚어내는 이 세계는 사소하고 숨어 있는 섬세한 감각이 얼마나 우리 삶의 깊은 곳을 관통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소용돌이치는 세상살이의 급류 속에서 이 감각들은 조용히 가라앉아 따뜻하게 위무하는 보드라운 언어들을 솟아나게 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불교방송 PD로 재직하고 있는 문태준 시인은 ‘시인의 말’을 이렇게 썼다.
“한 짐 가득 지게를 진 아버지가 굴을 빠져 나와서 혹은 길가 비석 앞에서 지게를 진 채 한쪽 무릎을 세워 앉아 잠시 잠깐 숨을 고르시던 게 생각난다. 시집을 내자고 여기 숨을 고르며 앉아 있는 나여, 나는 얼마나 고되게 왔는가. 아버지께 이 시집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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