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쓴 한국가요사
김천에 한국 가요 진흥의 뿌리 있었네(2)
민경탁
작곡가 문호월은 1940년 2월 - 3월 만주까지 발을 뻗쳤던 악극단 <태평 연주단>에 멤버로 참가하여 활약을 하기도 하였다. 이 악극단에는 가수 백년설, 이은파, 고운봉, 나성려, 금사향, 진방남 등이, 연기자는 전택이, 윤선애, 조경희 등이 있었다. 지휘는 전기현, 이재호, 연출은 조경환, 천아토가 맡았으며 악단원으로 문호월, 한영철, 이경연 등이 활동을 하였다.
8·15 해방 이전의 한국가요사에 의하면 문호월은 오케레코드사로부터 빅타 레코드사(1938년 7월에 이적함), 밀리온레코드사 등에서 1945년까지 총 140편의 가요를 작곡한 대표적인 민요풍의 작곡가이다. 8·15 해방 이전의 작품 수로 논한다면 박시춘(241곡), 손목인(217곡), 전수린(195곡), 전기현(189곡), 김해송(183곡), 김교성(142곡) 다음으로 많은 가요를 남긴 작곡가로 소개되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문호월은 태평레코드사, 조선 악극단, 황금좌, 빅터 악극단, 무궁화 악극단 등에서 전속 작곡가 및 지휘자로 활약을 하였다. 1950년에는 서울에서 한국전쟁을 맞아 가족과 헤어져 그는 김천으로 피란을 와 있다가 수복 후 상경하여 육군 군예대에서 종군하였다.
육군 군예대에 근무하던 문호월은 1952년 8월 31일 피로가 겹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영면하니 연예인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백옹중 여사를 비롯하여 장남 유석, 차남 영석, 3남 수석, 4남 남석, 5남 준석님과 장녀 혜숙님이 있다.
한국 가요 진흥기의 대표적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던 문호월, 그의 김천 생활과 가요사적 업적을 기려 1982년 11월 김천 남산공원에 <문호월 노래비>를 세웠다. 그 노래비 제막식안내서에는 문호월의 음악 인생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文湖月 先生은 우리 민족이 나라를 잃고 국민 모두가 울분을 달랠 길 없어 절망과 비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에 대중가요를 통하여 겨레의가락으로 심금을 울리게 하는 민요풍 가요를 작곡하였기 때문에 그 가락은 우리들 가슴 속 깊이 새겨졌고, 오늘날 그 빛은 더욱 찬란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 1934년 1월 ‘노들강변’을 탄생할
무렵의 문호월
2. 우리 나라 최초의 신민요
‘노들강변’과 문호월
한국 대중가요사(大衆歌謠史)에 의하면 1925년 11월에 한국 최초의 레코드가 나왔다. 1927년부터 ‘유행소가’ 또는 ‘유행소곡’, 1932년 3월부터 ‘유행가’, 1934년 1월부터 ‘신민요’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하였다.
문호월은 1934년 1월에 오케레코드사에서 ‘유행가’ ‘봄 맞이’(오케레코드사 1618A. 이난영 노래)를 내놓았다. 그 가사를 한번 보자.
1. 얼음이 풀려서 물 위에 흐르니
흐르는 물 위에 겨울이 간다
어-야 드-야 어 허으리
노를 저어라 봄 맞이 가자
2. 냇가에 수양버들 실실이 늘어져
흐르는 물 위에 봄철이 된다
어-야 드-야 어 허으리
돛을 감아라 봄 맞이 가자
3. 제비 한 쌍이 물 차고 날아와
어여 가 보란다 님 계신 곳에
어-야 드-야 어 허으리
노를 달아라 봄맞이 가자
-‘봄마지’(윤석중
작사, 문호월 작곡)
‘아하, 이 노래!’ 하고 느끼는 중·장년층 분들이 많을 것이다. 보다시피, 아동문학가 윤석중이 작사하고 문호월이 작곡하여 가수 이난영이 부른 노래이다. 전체적으로 봄맞이의 즐거움과 기쁨을 밝게 그리고 있는 이 노래는 자연주의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의식을 계승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노래 유행 당시 문호월은 그 작곡 경위를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봄맞이를 윤석중씨에게서 볼 때 그 노래가 참 좋습니다. …… 봄 동산에 파묻힌 기분으로 곡조를 생각하면서 …… 흥분된 때 그냥 작곡한 것이 오히려 …… 인기를 끌었구만요”
- 잡지‘삼천리’
(1935년 11월 호)
1934년 1월 발매 당시의 음반에 ‘유행가’로 분류돼 있는데, 후대의 학자들은 이를 ‘신민요’로 분류한다. 우리 가요사에서 신민요란 자생적인 자리매김과 갈래 구분이 가능한 곡종(曲種)이었다. 그 종류를 크게 보아, 충족된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흥겨운 것과 결핍된 세계를 그리고 있는 슬픈 것으로 구분하는데,‘봄맞이’는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갈래에 속하는 노래는, 민요의 현대화 및 대중가요화에서 기획된 것으로 현재 200곡 정도가 남아 전하고 있다.
신민요‘봄맞이’는‘목포의 눈물’에 이어 가수 이난영의 제2 히트곡으로 소개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문호월 자신도 이 노래를 들으며 “누구나 봄에 취한 듯 흥이 나고 기뻐지는데, 이와 같은 노래는 우리 교육계에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