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쓴 한국가요사
김천에 한국 가요 진흥의 뿌리 있었네(3)
민경탁
문호월은 1934년 1월 오케레코드사에서 ‘신민요’‘노들강변’(신불출 작사, 박부용 노래, 오케레코드사 1619A)을 발표하였다. 이 음반에서 비로소 우리 가요계에 ‘신민요’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므로 이 노래는 한국 신민요의 효시(嚆矢)로 꼽힌다. 한국 가요사에서‘노들강변’은 신민요의 첫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천 남산공원에 서 있는 <문호월 노래비>에 새겨진 이 노래의 가사를 한번 살펴보자.
1. 노들 강변 봄 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 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서 매여나 볼까
에헤야 봄버들도
못 잊으리로다
흐르는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2. 노들 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욱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나갔나
에헤야 백사장도
못 잊으리로다
흐르는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신불출 작사,
문호월 작곡) 제1, 2절
노들나루(지금의 노량진)의 봄버들을 두고서 덧없이 흘러가는 무정한 세월을 개탄한 노래이다. 그 강 물결에 나라 없는 민족의 설움까지 싣고 가라 애원하는, 민족의 갈망이 담겨 있는 노래이다.
이 노래의 3절 가사에는 나라 잃은 우리 겨레의 수난과 이 모든 불행의 근원인 일제의 조선 강점에 반대하는 감정이 우회적으로 배어나온다.
3. 노들 강변 푸른 물
네가 무슨 망령으로
재자가인 아까운 몸
몇몇 이나 데려갔나
에헤야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을
두둥실 싣고서 가거라
-‘노들강변’(신불출 작사,
문호월 작곡) 제3절
▲’노들강변’ 음반(1934. 1. 오
케레코드사)의 가사지, 원창
자 가수 박부용의 인물 사진
이 곁들여 있다.
1930년경 한강 노들나루는 일제의 경찰이 우리 애국자들을 체포하여 간, 원한과 분노의 나루였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남편과 이별하는 여인들의 처절하고 구슬픈 울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고 한다. 이 3절에는 당시 애국자들을 체포하여 노들나루를 건너간, 일제 침략자들에 대한 항거가 은유적으로 배어나온다. 부르노라면 흥겨운 선율 속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설움과 비애가 은은히 느껴진다.
당시의 ‘신민요’란 민족 음악에 바탕을 두고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로 창작한 민요라는 의미였는데, 형식미나 예술적 품격, 완성미 등으로 볼 때에‘노들강변’은 그 시기의 큰 성과물이요 수작이었다고 한다.
원래 이 노래는 레코드 취입과 관계없이 한국의 흥겨운 춤가락을 살릴 수 있는 무용곡으로 창작해 달라는, 옥명화라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창작한 작품으로 사장 이철이 시험삼아 제작한 것이었다. 1933년 1월에 오케레코드사장 이철이 회사 창설을 정식으로 선포하고 그 이듬해‘노들강변’을 재취입하여 발매하였다. 지방으로부터 서울로 번지며 의외의 인기를 얻어 유명해진 노래이다.
‘노들강변’의 작사가는 신불출이다. 그가 월북하였던 까닭에 작사자명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였다. 작사가를 다른 이름으로 실은 문헌이 많은데 이것은 오류이다.‘노들강변’은 금지곡이 되려다 작사자가 다른 사람으로 알려지는 바람에 간신히 남아 전한, 아이러니한 곡절을 겪은 노래이다.
한국 가요사에서‘노들강변’은 소박하고 평범한 우리의 생활 감정을 소재로 하여 민족적 정서를 운치 있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노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오늘날은 민요로 구분되어 아리랑, 도라지, 천안삼거리, 양산도와 함께 한국의 5대 민요로 꼽히면서, 국악인들 뿐 아니라 국민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중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다.
3. 그 밖의 문호월 명곡들
1930년을 전후하여 일본 레코드회사들은 조선에 지사, 영업소, 대리점을 두고서 일본어 레코드와 함께 우리의 판소리, 민요 등의 레코드 음반을 팔고 있었는데,‘아리랑’은 1920년대 후반부터 시대상을 나타내는 대중가요로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불려지고 있는‘아리랑’은 1930년대 서양 음악의 유입에 따라 그때에 부르기 쉽도록 고쳐진 것이다. 이 시절에‘강남 아리랑’,‘아리랑 술집’,‘아리랑 랑랑’등의 가요가 유행했었다. 이 중,‘아리랑 술집’이 문호월의 작품이다.
한국 가요사에 기록된, 문호월의 작품으로서 1940년대에 발표한‘아리랑 술집’(이부풍 작사, 문호월 작곡)를 빼어놓을 수 없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