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10월2일은 새로운 消防의 역사가 써진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소방관서가 처음 설치된 게 조선시대의 禁火都監으로 역사가 오래됐지만 경찰의 그늘에 가려 있던 소방이 처음 전면에 나선 날이라고 한다면 어불성설일까?
어쨌거나 표현 못하고 가려져만 있던, 소방이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날이 바로 10월2일이다.
우연히도 국민의 스타였던 故최진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날이기도 해 오랜 동안 국민들의 뇌리에서 기억될 날이기도 하다.
지난 10월2일부터 3일까지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의장에서는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기구(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Asia-Pacific regional Organization)에서 주관하는 ‘소방 및 응급구조노동자 네트워크 출범회의’가 열렸다.
이 행사를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2006년 설립이래 소방관들의 유일한 의사소통창구였던 소방발전협의회(회장 박명식)회원들이 회의시작전날인 10월1일부터 하나둘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흥분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소방공무원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 처음이고 이로 인해 “어떤 危害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란 판단이다.
그만큼 "상부의 억압이 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소방관들 처음으로 자신들 목소리를 내
이튿날인 2일 아침 일찍부터 이들은 서둘러 국회로 들어갔다.
박명식 회장 등 일부회원은 헌정기념관 대강의장에, 일부는 정론관에 모여 PSI 피터왈도르프 사무총장, 사토가트수이코 PSI 아시아연맹 사무국장, Tim de Meyer ILO방콕사무소 노동법 전문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손영태 위원장, 권영길(민주노동당)의원 등과 소방발전협의회 회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소방공무원도 노동자인 만큼 단결권 등 권리를 보장하고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열악한 노동조건에 한탄만 하였던 소방공무원들이 ‘단결권’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처음으로 자신들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것도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모든 방송사 언론들이 지켜보는데서다.
이날 성명서를 읽은 K회원은 “해마다 화재 현장 등에서 목숨을 잃는 동료들과 남겨진 가족들을 보면서 소방관들의 처우는 왜 이렇게 개선되지 않는지 의문을 품었다”면서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탓에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시간외 근무를 하지만, 정작 수당은 주40시간 근무하는 다른 공무원들과 똑같이 60 여 시간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관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를 두고 언론 등에서 거듭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정부 부처가 처우 개선에 쓰도록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예산은 번번이 다른 용도로 전용돼 정작 필요한 소방관을 뽑지 않았다”며 “이런 현실을 바꿀 유일한 길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소방경, 지방소방경 이하 노동조합가입허용 개정법률안 발의
한편 ILO에서는 이미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소방원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권영길 의원은 소방공무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6일 대표 발의할 예정으로, 이미 해당의원들로부터 동의사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6조(가입범위)1항2호에서 ‘특정직공무원 중 6급이하의 일반직공무원에 상당하는 외무행정, 외교정보관리직공무원’을 ‘특정직공무원 중 6급이하의 일반직공무원에 상당하는 외무행정, 외교정보관리직공무원 및 소방경, 지방소방경 이하의 소방공무원’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이어 이들은 헌정기념관 대강의장에 모여 이미 그곳에 모여 있던 일본, 대만,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PSI회원들과 ‘소방 및 응급구조노동자 네트워크 출범회의’에 들어갔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소방관들의 단결권 허용돼 있어
이날 Peter Waldorff 국제공공노련 사무총장의 핵심발언과 Tim de Meyer ILO방콕사무소 국제노동기준과 노동법 전문가의 ‘응급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란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후 권영길 의원이 주최한 국회 귀빈식당에서의 점심만찬, Peter MarShsll 오스트레일리아 UFUA사무처장과 박명식 소방발전협의회장의 주제발표가 있고 토론으로 이어지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주된 내용을 두가지만 소개한다.
“미국의 경우 소방관들의 순직이 적은 주(State)를 살펴보니 소방관들과 주정부 간에 대화가 원만히 이루어지는 주였다”며 “소방관들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보장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며 그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획기적인 내용과 다른 하나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소방관들에게 단결권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
가까운 예로 미국의 경우는 소방관들의 단결권이 보장돼 있고 현재 단체교섭권여부가 의회에 상정돼 있고 오스트레일리아나 가까운 일본은 직장협의회 형태로 전국소방관들이 조직돼 있다는 것으로 “특수직공무원인 소방공무원들에게 단결권이 허용된 나라가 있느냐?”는 물음은 무식의 소치란다.
소방발전협의회, 세계의 ‘소방 및 응급구조 노동자’대열에 합류
이날 마지막으로 ‘소방 및 응급구조노동자 네트워크 결성선언문’이 채택됐다.
선언문 내용은 “소방 및 응급구조노동자는 화재가 발생하거나 자연 재해 및 위기상황이 발발시 언제라도 가장 먼저 현장에 뛰어들어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역할을 한다”며 “(그럼에도)긴급구조노동자들은 대단히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노동자로서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박탈당한 상태란 점을 확인 했다”는 것.
해서 “전 세계의 긴급구조노동자들과 함께 투쟁 연대를 통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자의 힘을 배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서 소방발전협의회도 당당히 세계의 ‘소방 및 응급구조 노동자’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너무나 알고 싶은 게 많은 국제공공노련(PSI : 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관계자들, 그리고 또 하나라도 더 많이 우리의 실정을 알려야 하는 소방발전협의회 회원들의 노력은 조금씩 ‘꿈’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년을 기약하고 “기회가 되면 일본에 초청하겠다”며 “함께 소방노동자들의 근무상태와 권리개선을 위해 공조하자“는 일본 전국소방협회장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이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방문한 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 제공한 돌솥밥을 끝으로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2008년10월2일은 대한민국의 소방이 국제사회에 대뷔한 또 새롭게 태어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