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우리네 시골에서 소를 잡는 날은 동네잔치가 있는 날이었다. 이 날은 확실한 한우를 얻을 수 있어 좋았고 품질 좋은 고기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가격도 저렴했다. 소잡는 날의 풍경은 우리의 향수로 남았다. (편집자 주) 시내에서 감문방면으로 15분 정도 달리면 배시내 석쇠불고기 거리가 나온다. 김천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명소다. 하지만 석쇠불고기 거리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소잡는 날은 모른다. 소잡는 날은 아주 오래전 동네에서 소를 잡았을 때 주는 즐거움을 모두 준다. 첫 번째는 국내산 한우다. 소잡는 날에서는 김천지역과 인근 지역 한우 중에서도 암소만을 잡아서 내놓는다. 수입 쇠고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김천시에서도 인정했다. 시는 김천의 업소중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는 집을 선정했고 인증패를 주었다. 소잡는 날은 9개의 선정업소 중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두 번째는 품질이다. 소잡는 날은 암소만을 취급한다. 암소는 육질이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다. 그리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소잡는 날은 식당 옆에 따로 정육점을 운영한다. 원하는 부위를 정육점에서 구입하면 1인당 2천원의 상차림 비용을 받고 한상 차려준다. 상차림 비용은 채소값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맛이 좋고 육질이 좋다는 말을 듣고 서울, 강원도, 경기도에서도 찾아올 정도니 품질은 보장된 셈이다.
세 번째는 저렴한 가격이다. 소잡는 날에서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한다. 500g이 1인분이 되는 일반 식당과 달리 정근 600g씩 판매한다. 가격 역시 대형할인마트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한 가족이 삼겹살 먹는 셈치고 품질 좋은 한우를 먹으면 된다. 1~2천원을 더 보태서 삼겹살 대신 한우를 먹을 수 있는데 선택은 누가 봐도 뻔하다.
소잡는 날에서는 앞에서 나열한 대로 1(국내산 한우)+1(품질)+1(가격)을 모두 준다.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요즘 장사하는데 서비스가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을 할 정도다.
앞으로는 김천과 인근 지역의 한우를 잡아서 택배로 전국에 판매할 생각을 하고 있다.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하면 어디서나 통한다는 것이다.
소잡는 날의 안주인 김현미씨는 “사실 암소만 고집한다는 것이 많이 힘이 들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날까지 버텨볼 생각입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할테니까요. 가끔 우리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손님 중 상차림 값을 왜 받느냐? 한우 맞느냐고 하는 손님들이 있을 때는 더 힘이 듭니다. 그래도 맛있게 드시고 먼거리도 마다 않고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다시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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