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가 창문 밖 풀잎 위로 소리를 점점 키우며 찾아 올 때면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일터로 가는 발길을 돌이켜 선산 공원묘지로 향했습니다. 덜거덕 거리는 옛날 완행버스는 아니지만 차안에 오르시는 고향 어른들을 뵐 때면 지금 어머니가 얘기를 나누시며 타고 가시는 듯 합니다. 결혼 전 타보고 처음 고향 버스를 타는데 빨래터를 지나고 들판을 지나니 옛날로 돌아간 듯 합니다. 빨래터는 세월의 흐름 따라 검고 칙칙하게 때를 덮고 있고 열심히 빨래를 헹구던 물길은 무성한 잡풀로 감춰져 있습니다. 아련한 빨래터의 풍경…. 빨래에 비누칠을 하며 비비고 물속으로 옷을 휙휙 돌리며 헹구고 물속에는 발가락으로 조개를 잡으려고 꼬물거리고 있는 꼬마 아가씨 올려보면 돌멩이 멀리 던져 버리고 조개가 잡히면 큰소리고 친구를 부르고 한편에서는 빨래터 다리위로 물을 퍼 올리며 무지개를 만들고 환호하는 아이, 한여름 빨래터는 언제나 사람이 들끓고 시끌시끌했습니다.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버스는 빠르게 빨래터를 지나칩니다. 어머니를 부르던 납골당 4호실 대답이 없습니다. 아쉬움과 미련만이 가득할 뿐 침묵만이 있을 뿐입니다. 낡고 헤진 고향 추억을 묻어 두고 내일 나의 발길은 이곳을 다시 찾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