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자전거 안말분 주부 드라마 풀 하우스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는 장면이 어릴 적 내가 처음 자전거 배웠을 때를 떠오르게 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운 때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자전거가 집집마다 있어서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갔지만 자전거를 못 배운 나는 1년을 걸어서 다녀야 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은 자전거를 배울 때 처음에 잡아주다 혼자 타고 갈 때의 두려움을 알 것이다. 잡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손을 놓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무작정 페달을 밟을 때의 기분.
인생은 자전거 타기처럼 낯설고 두려운 배움의 과정이 아닐까? 아무도 끝가지 가줄 수 없는 혼자만의 연습.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탔지만 내리는 연습을 하지 못하고 혼자서 멈춰야 되는 모험.
자전거를 혼자 타고 갈 정도가 되면 평평한 평지도 가고 돌이 툭툭 튀어나온 좁고 험한 길도 가야 되고 무서운 버스가 뒤에서 빵빵거려도 가야 된다.
학교 갈 때 오르막길 두 개를 넘어야 되는데 힘세고 실력이 좋은 오빠들은 내리지 않고 쉽게 오르막길을 넘어간다. 나도 처음엔 따라 해볼 양으로 오르막길을 올라봤지만 가파른 한 고개는 넘지 못했다.
힘든 고개를 다 올라서 내리막길을 갈 때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쉽게 잘 내려간다. 핸들을 똑바로 잡고 방향만 잘 잡으면 딴 길로 가지 않고 갈 수 있다. 천천히 속도만 줄이면 사고는 나지 않는다.
내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 내 자전거 뒷자리에는 엄마도 타셨고 소 사료 두 포대까지 실을 수 있는 실력이 됐다.
자전거 타기는 묘한 수수께끼 같다. 탁 트인 길을 쌩쌩 달릴 때도 있고 힘들고 거친 오르막길에서는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도 올라가고 내리막길이 나오면 핸들을 조절하고 속도만 줄이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바로 위의 언니가 자전거를 잡아줬고 처음에는 언니가 뒤에서 따라오며 잘한다고 칭찬해 주었는데 어느 순간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갈 수는 있는데 내리지를 못하는 두려움에 자전거 위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어디에 불시착을 할 것인가? 동네 앞 방앗간 쌀겨 더미위에 다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언니가 얼마나 미운지 하지만 내리는 것은 내 몫이었다.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면 오늘 가장 가까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잡아주세요’ 라고 부탁하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