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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농심은 천심(이우상.수필가)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11월 20일

칼럼
농심(農心)은 천심(天心)
이우상
수필가·광기교회 장로


 


 우리의 옛 속담에 “사흘 굶어 담 아니 넘는 놈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굶어 죽게 되면 나쁜 짓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사흘 굶은 범이 원님을 알아본다더냐?” 라는 말도 있다. 굶주린 사람에게는 체면이고 뭐고 따질 겨를 없이 닥치는 대로 해치워도 걸릴게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라 형편이 IMF 때보다 더 어렵고 앞으로도 불투명하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 고학력 인플레 현상으로 빈부간의 양극화된 현실에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가는 곳마다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면 빨간 불은 꺼질 줄을 모르고 어두운 긴 터널 속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어쩌다가 우리나라의 형편이 이렇게 되었는가 싶다.


 정부가 바뀌면 뭐가 달라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고유가, 널뛰기 환율 등의 악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내 년의 경제 성장률을 4%이하로 책정한 것을 보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농사를 지어 아들 하나 어렵게 대학 공부, 해외 어학연수까지 시켰는데?하는 일이라고는 기껏 컴퓨터와 씨름만 하고 있다는 친구의 한숨 어린 말을 듣고 위로의 말을 건넬 수가 없다. 그저 세상이 원망스럽고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어디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고 살 수야 있겠는가. 아무리 어렵게 살려고 해도 써야할 기본이 있기 때문에 절약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다 보면 사기꾼도 생기고 칼을 든 강도로 둔갑하고 길거리로 나앉는 노숙자가 늘어나는 사회가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 할까? 올해도 농촌에는 풍요로운 수확의 가을을 맞았다. 예년과 달리 태풍도 없었고 긴 장마도 없어서 농작물은 풍작을 가져와 농민들이 기뻐한 것도 잠시 인건비도 못 미치는 헐값으로는 팔 수 없어 잘 익은 배를 노지에 묻는가 하면 배추를 수확도 하기 전에 갈아엎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쌀 직불제는 농민들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으며 강원도에서는 공무원이 감자 저장고 신축공사비 22억 원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한 사건이 터져 농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 공장 열쇄를 맡긴 샘이 되고 말았으니….


 이런 저런 일들로 농민들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보다 오히려 걱정의 주름살을 더 늘게만 하고 있다. 농산물을 제값도 못 받음은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내어 팔만한 곳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그래도 대부분의 우리네 농민은 정도를 걸어간다. 아무리 어려워도 내년 농사를 위하여 씨-오쟁이의 씨앗을 남겨 놓는다. 비록 굶어 죽을지언정 씨앗만은 남긴다는 정신을 지킨다.


 목수가 아무리 궁해도 연장을 팔지 않는 경우처럼 말이다. 선량한 농민들은 아무리 궁해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로 손대지 않는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남의 담을 넘지 않는다. 궁할수록 지켜야 할 것을 더 지키며 의리를 가지고 산다.


 우리는 이러한 손해를 보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절실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선량한 농민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른 봄부터 시작하여 긴 여름동안 고구마 농사를 땀 흘려 지어 조금이라도 값을 더 받기 위하여 10m 깊이 굴속에 보관해 두었다가 어느 날 곰팡이가 피고 썩은 것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을 인터넷 뉴스에서 접했다. 그러나 그 농부는 “내년에 지을 씨 고구마는 있어야 할 텐데…” 하면서 애써 절망을 억누를지언정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음을 보았다. 여기에서 바로 우리 농민의 순수한 마음임을 읽을 수 있다.


 농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고 나라가 망하면 천하가 망한다는 천륜을 알아야 한다.


 희망 없는 슬픈 이 가을이지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지난날을 거울삼아 씨-오쟁이의 씨앗을 간직하려는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 우리 모두는 농심이 곧 천심임을 알아야 하겠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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