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출신의 한 주부가 시집을 발간했다. 부항면 유촌리에서 출생해 현재 대구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시인 박연옥(54세)씨가 ‘내 친구 춘자’, ‘한송정을 그리는 시인’, ‘물속으로 가라앉는 고향’ 등 70편의 시를 수록한 시집 ‘삶이 예쁜 여자’를 발간한 것. 내가 자라고 꿈을 키우던 부항면 유촌리/언제나 그리우면 찾아갈 곳인 줄 알았던/그래서 내 즐거운 추억을 일깨워줄 줄 알았던/영원히 내가 돌아올 때를 기다려줄 줄 알았던 고향이/물속으로 가라앉습니다.//수몰민의 설움 이야기가 남의 동네일인 줄만 알고/그래서 언제나 마음이 허하거나 까닭없이 눈물 날 때/무작정 나서도 반겨줄 거라고 믿었던 고향이/영원히 발걸음 거부하는 댐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집니다.//그 마을에 사는 동안/내가 사랑을 주었는데/아마도 그 사랑만으론 부족했나 봅니다. 박연옥 시집 ‘삶이 예쁜 여자’에 수록된 ‘내 고향 이야기’ 부분이다.
슬하에 남매를 둔 박씨는 댐 공사가 한창인 부항, 머지않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물속의 고향으로 변해버릴 부항에 대한 아픔을 글로 썼다. 단발머리 어린나이에 동네 앞에 모여서/공깃돌 받으며/옛날이야기로 해지는 줄 몰랐을 때/어떤 아이가 그랬다.//“우리 동네는 옛날에 용이 하늘로 올라가서 ‘용촌’이래./용두대에 물이 왜 깊냐 하면 용이 살았었기 때문이래./그런데 앞으로 50~100년 후면 우리 동네는 물에 잠기고/사람들은 산 너머로 옮겨간대.”//“정말? 정말?”/두 눈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던 우리들 눈망울은 그저 먼/옛날이야기가 신비롭기만 했어.//어떤 이가 그런 엄청난 천기누설을 하였기에/그 예언처럼 고향이 물에 잠긴다.//산 자도 죽은 자도/하나 둘 떠나고 중장비 소리만 시끄러운 고향‘물속으로 가라앉는 고향’ 부분이다. 비록 등단은 하지 않았지만 생활 틈틈이 글을 써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한 박연옥씨는 전화통화에서 “마음에서 지울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비롯한 평소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써서 가까운 분들과 나눠보기 위해 큰 맘 먹고 낸‘수필집’인데 출판사에서 ‘시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부끄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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