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증발 전명하(시인·부곡동) 그녀는 요즘 통 입맛이 없다 대낮에도 수조에 갇힌 조가비처럼 죽은 듯 누워 있지만 이제 막 쉰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생의 바다 가장 깊은 데를 헤엄쳐 가고 있다 문고리의 냉기가 살에 쩍쩍 달라붙는 겨울인데 때때로 등짝에 불붙은 열이 오르다가 금세 싸늘하게 식는다 소금을 들이킨 듯 마음에 쌓인 해감을 토해내며 슬픔은 늘 제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위로해 보지만 물떼처럼 밀려오는 것에 엎드려 사무친다 둥근 입 꼭 다물고 눈을 감는다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빗장을 조이지만 속살인지 마음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건너오는 얕은 파장을 안다 물살의 간지럼인 듯 지금 그녀는 조금씩 증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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