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여보 당신 유언경 시인 새해 일출을 보는 일은 해마다 색다른 감동과 기쁨을 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른 새벽에 영덕으로 향했다. 네 식구가 함께였는데 이번에는 둘째 녀석이 빠졌다. 지난 연말에 집을 떠나 설 명절에나 집에 올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라 녀석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고 허전했다. 그래 이제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지.
어제는 작은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메일이나 문자로만 보내다가 편지지를 책상위에 펼쳐놓고 나니 딱히 할 말이라는 것이 건강 조심하라는 말과 밥 잘 먹어라는 말 뿐이다. 네 앞에 놓인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라고 말하려다가 녀석의 입장에서는 잔소리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 몇 마디 적어놓고는 잘 지내다 오라는 말로 끝내버렸다. 한꺼번에 욕심낼 게 아니라 조금씩 소통하고 조금씩 폭을 넓혀나가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이루어갔으면 싶은 생각이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때가 되면 저 나름대로의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가 버리고 덩그러니 남아있는 빈 둥지에는 누구랄 것 없이 늙어가는 부부만 남아있을 것이다. 자유다! 바다를 일으키며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올해 목표를 ‘여보 당신’이란 호칭을 사용하자고 정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목표다. 남편은 올해 무엇을 목표를 정했는지 말을 않는다. 어차피 혼자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남편에게도 약간의 압력을 행사해야겠지. 상호간의 일이니까 말이다. 결혼생활 1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부르는 호칭이 일정치가 않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쉽게 협력해주지 않을까 싶다. 결혼 전부터 그냥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시댁에서도 별 생각 없이 이름을 부르다가 시어머님께 혼이 났다. 그 뒤로는 시댁에 가면 신경 써서 누구누구 아빠라고 부르게 되고 집에서는 그냥 ‘자기야’라고 부른다.
‘여보 당신’이란 호칭은 오로지 부부사이에만 쓸 수 있는 호칭이라 참으로 귀하게 여겨야 하는데도 그 말이 어색하고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도 쓰지 못했던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는 ‘여보’라고 하는데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란 뜻이고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는 ‘당신’이란 호칭을 쓰는데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내 몸과 같다는 그런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주변에도 보면 부부간에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 누구누구 엄마나 누구누구 아빠라고 부르거나 자기야 혹은 저기 있잖아요 한다. 새해가 밝아온 지 벌써 7일이나 지났다. 그동안 대여섯 번 정도 ‘여보 당신’이라고 불러봤다. 아직 많이 어색해서 불러놓고는 웃어버린다.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질 거라 믿는다. 그리고 노력해야겠지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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