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소설가 김연수(39세)씨가 문학사상사에서 주관하는 제33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계간 문예지 ‘자음과 모음’ 2008년 가을호에 실린 단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불면증을 겪고 있는 주인공이 서로 다른 유형의 고통을 겪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고통에 천착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ㆍ단편을 대상으로 문단 관계자들의 추천과 예심을 거쳐 올라온 10편의 후보작 중 문학평론가 김윤식·권영민, 소설가 윤후명ㆍ조성기로 구성된 본심 선고위원회의 만장일치 지지로 수상작에 선정됐다. 선고위원회는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소설의 미적 자율성에 대한 작가의 신념을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소월시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등과 함께 11월 중 열릴 예정이며 상금은 3500만원이다. “기분이 묘하네요. 이상(李箱) 덕분에 문학에 들어섰고 이상에 관한 소설을 써서 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이상의 이름이 걸린 상까지 받게 돼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당분간은 ‘나’라는 매개체를 믿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연수씨는 새해 벽두에 전해들은 수상 소식에 ‘어리둥절함’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쓰면서 얼떨떨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천에서 출생해 김천고를 거쳐 성균관대 영문학과 3학년 때인 1993년 ‘작가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김연수씨는 1994년 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문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굳이, 이상’,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달로 간 코미디언’ 등으로 각각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올해 이상문학상까지 받음으로써 굵직한 문학상은 대부분 휩쓴 셈이다. 김연수씨는 올해 봄부터 ‘창작과 비평’에서 소설을 연재하기에 앞서 두 달에 걸쳐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쯤에는 장편소설도 내놓을 계획이다. ‘젊은 이야기꾼’이 쏟아내는 창작 활동에 거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