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어머님 전상서 이병철(시인·김천고등학교 교사) 손바닥만한 텃밭도 남겨서 분꽃, 채송화꽃 심던 어머니 육십 년 넘게 살아온 집을 떠나 상추씨 뿌릴 땅 한 평도 없이 도회지 빈 터만 보고 계십니까 꽃잎 뚝뚝 떨구는 날이면 말없이 창틀을 적시고 계십니까 어머니는 서울 가까이 올라가시고 나는 추풍령 밑으로 내려오고 추풍령 고개가 높다더니 한 칠백 리 길 엿가락처럼 늘어졌고요 고향 갈 일 없어지니 여기가 고향 입니다 어머니, 그래도 나는 젊어 다행이지만 봄기운에 꽃씨 한줌 간절한데도 어디다 뿌려야 할지 망설이다 글에 심어 이제야 보냅니다 채송화,국화,도라지꽃,똬리꽃 띄 워 보냅니다 그 꽃 활짝 피면 하던 일 접고 뵈 오렵니다 꽃보다 환하게 어릴 적 모습으로 달려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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