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봄을 보다 봄(春)은 봄(見)에서 온 말이다 볼 것 없는 땅에 풀이 돋고 살아있는 모든 나무에 잎이 피고 온 세상에 꽃이 만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볼 것 많은 봄 봄을 계절 중 맨 앞에 두는 것은 한해를 봄으로 시작하라는 뜻 여름 가을 겨울 다 두 자인데 봄만 한 자인 것은 보는 데는 여러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태초에 세상이 창조될 때도 그랬다 매번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뿐이었다 봄을 읽을 때 입을 살짝 떼었다 붙여야 하는 것은 입을 다물고 봄을 보라는 뜻이다 봄 보다 보고 싶다 마음까지 가렵게 하는 따뜻한 말이다
<권숙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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