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9 03:08:0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수필

살며생각하며-목욕탕에서 생긴일(강순희,주부)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2월 12일

살며생각하며
목욕탕에서 생긴일
강순희
(주부·부곡동 우방아파트)


 


 얼마 전 일요일에 혼자 목욕탕을 갔는데 탕 안은 똑같이 벗은 모습으로 복잡하기만 했다.


 딸들을 데리고 갈 때는 알아서 등을 밀어주는데 혼자 갈 때는 등을 대충 밀면 목욕을 덜한 기분이 든다.
 


 탕 문을 들어서면 먼저 빈 곳을 찾아보는 게 일이다. 그 다음은 머리를 감는 사람이나 샤워를 끝낸 사람, 아니면 목욕 바구니를 정리 하는 사람한테 가서 뒤에 누구 있냐고 물어 본다. 일단 자리를 잡고 나서는 마음 편히 탕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나이에 상관없이 등을 같이 밀자고 하면 “예, 그러세요.” 다 밀고 나면 “고맙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한다. 빠글빠글 짧은 파마머리 아주머니를 만나면 엄마의 연세들이라 그런지 거절하지 않는다.
 


 그날은 등만 밀면 목욕이 끝나서 옆자리 60대 아주머니의 눈치를 살피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주머니! 등 좀 같이 밀면 안 될까요?” 얼굴을 보니 기대와는 달리 “나는 등 밀어서 안 해도 되는데?”하고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벗은 상태에서 맥없이 거절을 당한 기분은 별로였다.
 


 다른 사람들과는 등 밀기 하자면 OK사인이 왔다 가는데 ‘좀 밀어 주면 안 되나?’ 그건 다만 내 생각일 뿐이었다. 내가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 아주머니 얼굴은 좀 어두워 보이고 편한 얼굴은 아니었다. 거절당하자 오늘은 내가 찜을 잘못했구나 싶어 마음을 돌렸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던 80대의 체격이 좋은 할머니가 “새댁이 내 밀어 주꾸마. 이리 앉아 보래.” 하시는 것이었다. 할머니 앞에 등을 맡기기는 너무 미안하지만 탕에서 할머니한테 도움을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할머니는 자기보다 더 젊은 아주머니가 못 마땅하신지 “등짝 좀 밀어 주면 어떠노?” 하며 내 편을 들어주시는 것이었다. 내가 밀어드려야 하는 건데 할머니는 다 하셨다며 기꺼이 내 등을 밀어 주셨다. 어디서 그런 힘이 발산되는 것인지 시원스럽게 등을 밀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할머니는 가실 때도 처음 본 나에게 “새댁이 뒤에 오게. 나 먼저 가꾸마.” 인사까지 하고 가시는 것이었다.
 


 뒷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는데 다리가 약간 불편해 보이지만 인생을 즐겁게 살아오신 분 같아 노년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내가 아니었더라도 저 할머니는 다른 누구에게나 그러셨을 것이다. 아쉬운 소리도 사람 가려가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목욕탕에서 생긴 일을 자초지종 얘기했더니 남편은 “그냥 대충 밀고 다음에 애들하고 갈 때 제대로 밀면 되지. 당신이 잘못했네.” 서로의 입장 차이랄까?
 


 그 할머니의 얼굴을 기억해 놨는데 언제 탕에서 만나면 0순위로 밀어 드려야겠다. 할머니의 기억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잠시 다른 할머니로부터 정을 느껴 본 시간이었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2월 12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지장협 김천시지회 “여성장애인 문화활동 지원사업” 실시..
경북도, 납세자 권익보호 우수사례 5건 발표, 김천시 최우수상..
경북교육청, 제107회 전국체전 고등부 종합 3위 달성..
감문면 건강마을 조성사업 우수사례 공유..
김천시,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운용심의회 개최 농가 경영안정 강화..
“김천여성새로일하기센터, 새 보금자리로 이전”..
대한건설협회 경상북도회, 김천과 함께한 따뜻한 동행..
김천시보건소, ‘신나는 웰빙 건강체조 교실’ 성황리에 마무리..
율곡초등학교 학생들의 이웃과 나누는 사랑 실천..
지좌동마을복지계획추진단, 「찾아가는 영양 가득 나눔밥상」 사업 추진..
특집
푸른 산자락 아래, 가을의 마지막 숨결이 풍요로운 결실의 노래를 부릅니다... 
김천시(시장 배낙호)가 오는 10월 23일(금)부터 25일(일)까지 사흘간 직지문화공원·사명대사공원·친환경생태공원 일원에서『2026년 .. 
김천시(시장 배낙호)가 오는 10월 23일(금)부터 25일(일)까지 사흘간 직지문화공원·사명대사공원·친환경생태공원 일원에서 『2026년.. 
업체 탐방
김천시는 2026년 ‘9월 이달의 기업’으로 영유아용 물티슈 및 위생용품 전문 제조기업인 ㈜순수코리아(대표 양칠식)을 선정하고, 지난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1,462
오늘 방문자 수 : 4,546
총 방문자 수 : 119,288,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