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절망의 문턱에서도 봄날을 생각한다
이호영
김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억만장자인 투자자 워런버핏의 도움을 받아 세계 최대 자선기금을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게이츠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쉽게 끝나기 힘들 것이라면서 회복되기까지 길게는 10년이 지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소로소도 유래를 찾기 힘든 이 험악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난국이 1~2년안에 해소될 것 같진 않고 최소 3년이상 우리를 줄기차게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2008년 1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광공업생산이 -18.6%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대폭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9년만에 최악의 수준을 보였던 2008년 11월의 -14.1%보다 더 낮은 수치이다.
내수와 수출이 예상을 넘어서는 동반부진이 쭉 이어진데다가 주요 제조업체의 조업중단과 감산, 장기휴가 등이 겹치면서 생산량 감소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
이렇게 광공업생산이 연속적으로 최저치를 이어가면서 올해 1월 생산 및 소비실적도 수출과 내수가 급감하면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설비투자 또한 감소폭을 크게 키우면서 실물경기가 언제 회복세로 돌아설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62.5%까지 사상 최악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이 멈추고 투자도 끊긴 상태에서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만 조금씩 소진시켜 나가면서 버티는 상황이 찾아 올 것이란 진단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우리경제는 경기회복이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U자형, 혹은 욕조바닥형 침체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형 잃어버린 10년의 경기침체가 가시권내에 있는 듯이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3월 위기설”로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감원태풍이 불고 있지만 삼성과 LG그룹 등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인위적인 감원”은 없다고 밝혔다.
세계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조차도 최근 6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한 것을 생각하면 이는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 기업체질이 상당히 강화되어 생산과 소비, 투자 등이 연속적으로 급감하고 있음에도 IMF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내성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엊그제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탁월한 투자실적과 기부활동으로 인해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버핏은 “걱정하지 마십시요 이 경제위기는 1년안에 끝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우리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그의 예측이 주식을 보는 눈 마냥 정확하다면 우리는 이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늦어도 올해말까지 마감하고 내년부터는 완만하나마 꿈틀거리는 회복세를 체감하고 보고 듣고 느끼며 희망의 끈을 당겨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우리는 지금 소득이 줄어 다소 못 먹고, 못 쓰고, 못 입는 불편이 있다 하더라도 직장에서 쫓겨나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넥타이를 매고 산으로 출근하는 가슴 찡했던 그 처절했던 IMF 외환위기때를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일자리를 나누고 고통을 분담해서라도 묵묵히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언제나 동이 틀 무렵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바야흐로 미국을 위시한 유럽제국과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전 세계가 공조하는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경기 부양책이 머지않은 장래, 경기에 불을 당길 것임을 우리는 굳게 믿는다.
버핏의 예언처럼 경기를 선반영한다는 주식시장에서 먼저 유동성에 의한 금융장세가 올 하반기부터 화끈하게 펼쳐져 우리의 움츠려져 있는 가슴에 환한 웃음을 선사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마치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봄날의 새벽은 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