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1일 아침, 나무들이 새하얀 눈꽃(雪花)을 활짝 피웠다. 비록 잠시 피었다 지는 꽃이지만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아름다운 꽃이다.
들꽃에도 넘치게 있는 향기가 없다 하늘의 마음이 그렇게 때문이겠지 진하거나 연한 빛깔이 없다
알고 보면 눈꽃도 너무 추우면 안 핀다 하루도 안 되어 지고 마는 꽃이지만 칼바람이 잘 때 눈물 젖은 가슴을 해야 핀다
|
두현이네 집 뒤 참나무, 소나무, 자두나무에 핀 눈꽃 |
꽃이 필 때 나무가 하는 것 보면 안다 왜 숨을 죽이는가 왜 잔가지 하나 까딱하지 않는가 나무가 제 몸 안의 꽃 피울 수 없는 겨울 제 몸 밖의 꽃 피우는 것 보면 안다
아무도 꺾을 수 없는 하늘이 피운 꽃을 보라
출처 : 권숙월 시집 ‘하늘 입’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