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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성민의 결혼식(노경애. 수필가)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3월 19일

살며생각하며
성민의 결혼식
노경애
(수필가 ·대신초등학교)


 


 성민은 나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동료이다. 어릴 때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를 많이 절룩거린다. 초등학교 때는 엄마 등에 업혀서 학교에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의 그런 모습에 대해 원망한다거나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정신과 마음이 아주 건강한 청년이다.
 


 하루는 성민이가 복도를 걸어가다가 넘어지는 광경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못 본 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달려가서 일으켜 세울까? 아니야, 그냥 모른 척 하는 것이 났겠지?’ 순간 무척 자존심 상해할 성민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민은 웃으면서 일어나 옷을 툭툭 털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무실로 들어갔다. 저렇게 어떤 일이든 자연스럽게 웃어넘길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한숨이 있었을까.


 그런 성민이가 어느 날 조용한 곳에서 상의할게 있다고 했다. 나를 누나처럼 믿고 따르며 마음속의 이야기를 자주 털어 놓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성민이가 직장 동료인 선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밤새 고민한 끝에 선이의 생각을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선이는 애인이 있다고 말해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했다. 성민을 좋아하지 않는 선이의 마음을 알았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성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나의 얘기를 듣던 성민은 창밖을 바라보면서 길게 담배연기를 내 품으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성민의 실망하는 눈빛을 차마 바라 볼 수 없었고 그 다친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왠지 성민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어느 봄날, 성민은 고향집 가까운 곳으로 발령이 났고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 후 한동안 그에 대해 잊고 지냈는데 성민에게서 청첩장이 날아왔다. 정말 반가웠다. 기쁜 마음에 바쁜 일도 다 접어두고 성민의 결혼식에 참석을 하러 갔다. 그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결혼식장은 하객들로 붐볐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랑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신부의 모습은 오누이처럼 닮아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천생연분인 것 같았다. 주례사가 끝나고 행진을 하려는데 신부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다. 나는 집안에서 결혼을 반대해 무척이나 마음고생을 했을 신부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객들도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나는 마음속으로 신부에게 외쳤다. ‘최상의 선택’을 했노라고. 행진곡에 맞춰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성민의 앞길에 행복이 가득하길 빌어주었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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