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교육 김덕희 (김천교육청 장학사) 주역(周易)’에 ‘이인동심(二人同心)이면 기리(其利)가 단금(單衾)이요 동심지언(同心之言)은 기취(其臭)가 여란(如蘭)이라’는 명구가 있다. 흔히 ‘금란지교(金蘭之交)’라고 인용되는 이 구절은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날카로움이 무쇠도 자를 수 있고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한 말은 그 냄새가 난초처럼 향기롭다’는 의미이다.
우정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명문은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대면적인 대화보다는 기기에 의존하여 의사를 소통하는 현대인들의 삶은 더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고도의 물질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우리들은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준 풍요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흉허물 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아껴줄 수 있는 우정의 동반자들이 적다고들 흔히 말한다. 이러한 원인은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에서 기인하다는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자기만을 생각하고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소산일 것이다.
사고력과 창의력의 신장보다는 지식위주의 암기식 수업을 강조하는 학교교육 제도, 1등 지상주의의 학력관을 주장하는 부모들의 가치관 아래서 성장한 학생들은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정감어린 대화의 장을 마련해 문제를 해결하며 건강한 방법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법과 태도가 부족하다고 본다. 어떤 이는 이를 일러 대화의 문화가 부족하고 조정과 협상 방법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바로 이런 때에 학교와 가정에서는 나를 아끼는 만큼 동료를 아껴주고 나의 주장만큼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학생들에 대한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보다는 대화와 사랑을 통한 지도로 그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학생들 상호간에 서로를 경쟁의 상대가 아니라 아껴주고 격려해 주는 우정 어린 동반자적인 시각으로 협력해 나가는 분위기를 조성해 갈 때 우리의 가정, 우리의 학교사회는 더욱 정이 풍부하고 웃음이 넘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흔히 입시 위주 우리의 교육적 현실을 주입식, 일방통행식 수업은 있어도 토론이 없는 학교이며 경쟁이 난무하는 이기주의적 배움터라고 말하고 있다. 소위 승자 지상주의 가치관이 가져온 교육의 총체적 난국이라고나 할까? 이와 같은 제도와 사회 환경 속에서 자란 학생들의 장래는 어떠할까? 그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아마 극도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의 테두리를 벗지 못하는 아집과 독선의 삶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럴 때 우린 누구를 탓하기 전에 서로를 존중하며 작은 허물은 덮어주고 사랑과 대화로써 손잡고 나아가는 선도자가 되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대화의 교육, 협상과 토론을 통해 공동의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아름다운 빛깔로 온 산하를 수놓을 새봄과 새 학기를 맞이하여 우리 교육가족과 가정에서는 모두 바쁜 일과 속에 돌입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위아래가 하나 되고 동료의 작은 일에도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고 그들의 손을 잡아줄 줄 아는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이 봄의 우리 학교, 우리 가정은 꽃빛보다 아름답고 풍성한 정이 넘치는 삶이 가능할 것이다.
이 봄은 이제 우리의 교실이 해맑은 미소로 가득 차고 우리의 학교가 신뢰와 존경의 터가 되고 가정과 이웃간에 미소와 대화로 모두의 가슴에 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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