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람 구성 하강 이정동 아침이슬에 바짓가랑이 적셔가며 빨갛게 익은고추를 따려면 살며시 다가와서 내 팔목에 피를 빠는 얄미운 모기들 차알싹 때려잡아 피를닦으니 고추 색과 똑같은 검붉은 핏방울. 한 줄 따고 두 줄 따니 어느새 바구니에 한가득 우물물에 씻어서 멍석 위에 널어놓으니 노랑나비 춤을 추며 좋아라고 날아다니니 심어 가꾼 보람이 이보다 더할쏘냐.
정성들여 뿌린 씨앗 아침저녁 물을 주니 노오란 새싹 고개 들고 귓속말로 인사하네. 고랑지어 심은 배추 색동옷 단장하고 자라는데 심술궂은 애벌레가 무척이나 괴롭히네. 돋보기 안경 쓰고 한 놈 두 놈 잡다보니 어느새 성장하여 속옷을 감추네. 머지않아 이것들로 김장김치 담구 워서 귀여운 내새끼들 밥 반찬에 오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