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립도서관에서는 4월 11일(토) 오후 2시, 시청각실에서 고요한 서정성이 깃든 시들로 한국시단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김천출신 문태준 시인을 초청, 고등학생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문학 강연회를 갖는다.
이번 강연회는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과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지역사회의 독서문화 증진에 기여하고 시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준비한 것이다.
시인 문태준 초청강연은 <한국인의 애송시>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한국 현대시 100년의 역사에서 우리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를 통해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 어떻게 창작해야하는지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담은 강연과 질의응답, 사인회,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태준 시인은 김천고, 고려대 국문과를 거쳐 1994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處署’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작품상, 소월시문학상등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등이 있다. 김천고 출신인 그는 현재 불교방송 PD로 활동 중이며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강연회는 1시 30분부터 무료, 선착순 입장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시립도서관 사서계(☎437-7801~2)로 문의하면 된다.
가 재 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년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