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어머니의 쑥밥 김혜정 (간호사· 부곡동) 어머니는 밥을 지을 때 항상 나물을 얹으셨다. 무밥, 배추밥, 콩나물밥, 쑥밥 등 밥 위에 얹는 나물도 정말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씁쓰레한 쑥이 제일 싫었다. 내가 쑥밥을 앞에 놓고 얼굴을 찌푸릴 때마다 어머니는 쑥이 여자의 몸에 얼마나 좋은데 그러냐고 한 마디 하셨지만 아무리 맛있게 먹으려고 해도 어린 나는 그 맛을 알지를 못하였다. 커다란 양푼에다 밥을 푸면 절반이 쑥이고 밥알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쑥밥이 먹기 싫어서 아버지께서 혹시나 당신의 흰쌀밥을 남기지 않을까 넘겨다보기 일쑤였다. 밥에 양념장을 넣어 쓱쓱 비벼서 한 숟갈 넘긴 어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셨다. 그 한숨의 의미를 모르는 나는 ‘어머니는 이 맛없는 쑥밥을 왜 좋아할까?’ 하고 궁금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자루에 쌀을 퍼 항아리에 담고 계셨다. “하루, 이틀 사흘… 어유, 이를 어쩌나. 한 달도 못 먹겠구먼!” 어머니의 혼잣말을 엿들으며 그 동안 어머니는 모자라는 쌀을 나물로 채어왔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며칠이 지나 또 밥상에 쑥밥이 올라왔는데 나는 억지로 먹으면서도 맛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머니는 밥을 들다 말고 한참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도 그때 어머니 나이가 되되어간다. ‘쑥은 한방에서 중요한 약재이며 특히 부인병에 약효가 뛰어나고 백병(百病)을 구한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지금껏 큰 병 한번 없이 건강한 것은 어머니의 쑥밥 덕분이 아닐까 싶다. 철없이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한 지난 일들이 생각나서 나도 몰래 그때의 어머니처럼 긴 한숨을 내리신다.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새파란 쑥 뜯어다가 쑥밥을 지어야겠다. 그리고 내 어머니의 지혜와 삶을 말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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