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5-07 17:29:0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종합

칼럼-경쟁 사회와 문명의 그늘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4월 02일

칼럼
경쟁 사회와 문명의 그늘
배창환
시인


 


 아이들이 새벽같이 학교에 온다. 쉬는 시간은 물론이고 틈만 있으면 책상에 엎드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밤늦게까지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도 모자라 10시 이후에는 또 독서실 차를 타고, 아니면 학원 차를 타고 ‘부족한’ 공부를 하러 갔다가 집에 가서 또 못다 한 하루치 분량의 공부를 더 하다가 새벽 한시나 두시가 넘어서야 잠을 자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마치 잠 덜 자기 경쟁을 하는 것처럼. 이 아이들의 혼곤하고 지친 나날 위로 무심한 시간은 무표정하게 흘러간다. 만성 피로증후군-저 증상은 수능 치는 날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인문계 고등학생들의 고단한 하루 생활 그림이다.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하고 싶은 것,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 또 당연히 그 나이에 누리고 싶어 할 만한 일, 낯선 곳으로의 여행, 독서, 운동, 폭넓은 사귐, 체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 가는 정신적인 성장과 관련된 일 등을 모두 유보하고 포기하면서, 오직 수능 시험 하나에 매달리며 살고 있다. 일요일 날 친구와 기차를 타고 하루쯤 다녀오는 여유조차도 이 아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메마른 생활에 익숙해 있다. 무기력하고 황폐하다고 하는 말이 적당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지나고 나면 추억이란 말이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돌아볼 추억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황금 같은 청소년 시절을 너무 빈약하고 단조롭게 교실에서만 보내고 있는 이 아이들이,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여 지도자가 되었을 때, 어떤 정책을 마련하고 펼쳐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무섭다는 느낌마저 든다.


 요즘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꿈이란 것이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그 자리를 어떤 직업이 안정적이며, 어떤 직업을 구해야 편안하게 살 수 있는가, 하는 강박 의식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각박해진 사회가 아이들 마음속까지 밀고 들어온 결과다. 꿈이 없는 청소년들에게서 장차 풍성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혹하리만큼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입시 경쟁에서 ‘혼자 살아남기’ 경쟁에서 얻을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다. 사회의 기본은 남을 배려하는 데서 길러지고, 먹을 것이 있으면 먼저 양보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염치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경쟁을 줄이고 기본을 세우는 교육이 국가와 사회에서부터 입안되고 가정과 학교가 몸으로 실천해야 할 터인데, 그런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듯한 정책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사람에 대한 예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그 사회는 결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물질문명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경쟁 사회보다 전통 문화와 농업 목축업 어업 같은 생산양식이 남아 있는 산간이나 섬의 평화로운 오지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점일 것이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4월 02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천시, 2025년 주요 현안 정책간담회 개최..
제3회 신바람 행복콘서트 개최..
박성만 경북도의장, `억대 뇌물 혐의` 구속..
송설 총동창회, 경북 산불 피해 복구 성금 전달!..
봄밤을 수놓는 선율의 향연..
김천시, ‘제63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경기장 현장점검 실시..
‘제63회 경북도민체전’, 9일 김천에서 화려한 개막..
경북도, 영호남과 초광역 연대로 대한민국 대전환 선도..
김천소방서, 소방행정자문단 위촉 및 간담회 개최..
청렴을 나누고, 신뢰를 쌓다!..
기획기사
김천시는 매년 차별화된 주거복지 정책을 선보이며,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5년에도 저출생 문제 해소와 시.. 
2024년 여름, 김천시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봉산면에는 시간당 8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 편집국장 : 김희섭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I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8,325
오늘 방문자 수 : 26,423
총 방문자 수 : 98,026,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