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8-20 13:28:2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종합

칼럼-고목에도 피는 봄(배영희.효동어린이집 원장)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4월 17일

칼럼
고목에도 피는 봄


배영희
(교육학박사 ·효동어린이집 원장)


 


 완전히 죽었다고 버려 놓았던 화분에서도 싹이 트고 오래된 고목에서도 연둣빛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다. 산수유부터 시작하더니 진달래, 벚꽃, 제비꽃, 민들레꽃이 일제히 피기 시작한다. 온천지 싹이라는 싹들과 꽃이라는 꽃들이 만발하는 완연한 봄이다. 아직 내 마음은 한참 겨울인데 봄은 그것도 모르고 지천으로 흐드러졌다. 사람들은 “힘들다 힘들다”하는데 꽃은 어찌 아랑곳 하지 않고 핀단 말인가?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학부모들이 하도 웃지 않는 것 같아 웃음치료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끝까지 무표정하게 있는 분을 보고 “좀 웃어보세요” 했더니 “아이가 아픈데 어찌 웃음이 나옵니까?” 한다.


 어제는 혼자서 훌쩍 훌쩍 울고 있는 새색시를 만났다. 시어머니의 폭언과 남편의 무관심에 죽고 싶은 심정뿐이라 농약을 먹을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까 며칠째 생각 중이란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저 고목나무에서도 매년 피는 새봄처럼 우리들 가슴에도 새봄이 좀 왔으면 좋겠다. 아픈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 가슴에도 꽃 한 송이 피고 새색시 얼굴에도 연둣빛 새싹하나 돋아났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은 다 늙어도 우리 엄마만은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리를 질질 끌고 간신히 걸어가는 울 엄마의 무릎 위에도 꽃 한 송이 피었으면 정말 좋겠다.


 '법구경’에 보면 ‘싸움터에서 백만 명을 이기는 사람 보다 자기 하나를 이기는 이가 가장 뛰어난 승리자다’라고 했는데 이놈의 마음은 자칫하면 기쁘고  자칫하면 슬프고 어떤 때는 날아갈 듯 행복하고 또 어떤 때는 그냥 팍 죽었으면 좋겠고 매번 갈팡질팡한다. 그래서 ‘세상은 고해(苦海)’라고 했던가! 도대체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가로운 때일수록 복잡한 생각이 더 많이 난다.


 하지만 신호등 앞에 서서 편안히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조금 있으면 초록불이 들어온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인생도 믿음이 필요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차례로 오듯이 우리에게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는 믿음을 갖자. 두려워하지 말고 나 자신을 믿자. 아이가 아파도 꼭 나을 거라는 믿음, 가정불화가 있어도 곧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자.


 어쩌면 저 꽃 한 송이 앞에서 투정하는 내 모습이 철부지일지도 모른다. 저 꽃잎 한 장도 그 추운 겨울 다 이겨내고 모진 비바람 다 겪은 봄이지 그저 오는 봄은 분명 아닐 것이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듯이 모든 것은 다 시기가 있는 법이라 했다. 그러니 마음이 힘들 때는 때를 기다리며 좀 쉬었다 가자. 아픈 만큼 성숙하고 비 온 다음에 땅은 더 굳어지기 마련이기에 언젠가 이 고통 이겨내면 우리에게도 화창한 봄은 분명 올 것이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4월 17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서예의 숨결, 타묵의 울림” 김천 출신 율산 리홍재 특별초대전..
제10회 경상북도협회장배 생활체육농구대회, 김천서 개최..
김천상공회의소 ‘2025년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안전환경 구축 지원사업’ 1차 선정위원회 회의 개최..
경북도, 현장준비체제 대전환! APEC 전 분야 윤곽 보인다..
한국자유총연맹 김천시지회, 태극기 나눔 캠페인 전개..
김천소방서, 위험도로 대응 위한 소방차량 운전능력 집중 교육..
제80주년 광복절, 대신동 신양마을 태극기 물결로 물들다..
김천시청어린이집, 감사의 마음 담아 ‘빙수데이’ 행사 개최..
(사)경북ICT융합산업진흥협회-경북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경북보건대학교 상호협력 협약 체결..
김천소방서, 경상북도 의용소방대 강의경연대회‘우수상’수상..
기획기사
배낙호 김천시장은 지난 4월 3일,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제1호 공약인 ‘시민과의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22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배낙호 김천시장이 민선 8기 취임 100일을 맞아 김천신문 독자위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시정 운영 철학과 향후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밝..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65,083
오늘 방문자 수 : 34,651
총 방문자 수 : 103,376,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