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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목에도 피는 봄(배영희.효동어린이집 원장)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4월 17일

칼럼
고목에도 피는 봄


배영희
(교육학박사 ·효동어린이집 원장)


 


 완전히 죽었다고 버려 놓았던 화분에서도 싹이 트고 오래된 고목에서도 연둣빛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다. 산수유부터 시작하더니 진달래, 벚꽃, 제비꽃, 민들레꽃이 일제히 피기 시작한다. 온천지 싹이라는 싹들과 꽃이라는 꽃들이 만발하는 완연한 봄이다. 아직 내 마음은 한참 겨울인데 봄은 그것도 모르고 지천으로 흐드러졌다. 사람들은 “힘들다 힘들다”하는데 꽃은 어찌 아랑곳 하지 않고 핀단 말인가?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학부모들이 하도 웃지 않는 것 같아 웃음치료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끝까지 무표정하게 있는 분을 보고 “좀 웃어보세요” 했더니 “아이가 아픈데 어찌 웃음이 나옵니까?” 한다.


 어제는 혼자서 훌쩍 훌쩍 울고 있는 새색시를 만났다. 시어머니의 폭언과 남편의 무관심에 죽고 싶은 심정뿐이라 농약을 먹을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까 며칠째 생각 중이란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저 고목나무에서도 매년 피는 새봄처럼 우리들 가슴에도 새봄이 좀 왔으면 좋겠다. 아픈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 가슴에도 꽃 한 송이 피고 새색시 얼굴에도 연둣빛 새싹하나 돋아났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은 다 늙어도 우리 엄마만은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리를 질질 끌고 간신히 걸어가는 울 엄마의 무릎 위에도 꽃 한 송이 피었으면 정말 좋겠다.


 '법구경’에 보면 ‘싸움터에서 백만 명을 이기는 사람 보다 자기 하나를 이기는 이가 가장 뛰어난 승리자다’라고 했는데 이놈의 마음은 자칫하면 기쁘고  자칫하면 슬프고 어떤 때는 날아갈 듯 행복하고 또 어떤 때는 그냥 팍 죽었으면 좋겠고 매번 갈팡질팡한다. 그래서 ‘세상은 고해(苦海)’라고 했던가! 도대체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가로운 때일수록 복잡한 생각이 더 많이 난다.


 하지만 신호등 앞에 서서 편안히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조금 있으면 초록불이 들어온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인생도 믿음이 필요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차례로 오듯이 우리에게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는 믿음을 갖자. 두려워하지 말고 나 자신을 믿자. 아이가 아파도 꼭 나을 거라는 믿음, 가정불화가 있어도 곧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자.


 어쩌면 저 꽃 한 송이 앞에서 투정하는 내 모습이 철부지일지도 모른다. 저 꽃잎 한 장도 그 추운 겨울 다 이겨내고 모진 비바람 다 겪은 봄이지 그저 오는 봄은 분명 아닐 것이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듯이 모든 것은 다 시기가 있는 법이라 했다. 그러니 마음이 힘들 때는 때를 기다리며 좀 쉬었다 가자. 아픈 만큼 성숙하고 비 온 다음에 땅은 더 굳어지기 마련이기에 언젠가 이 고통 이겨내면 우리에게도 화창한 봄은 분명 올 것이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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