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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최고의 밥상(한지영, 개령서부초등학교 교사)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5월 07일

살며생각하며
최고의 밥상


한지영
(개령서부초등학교 교사)


 


 초록빛 싱그러움에 마음까지도 푸르게 물들 것 같은 5월이다. 책상 위의 달력을 유심히 바라보니 반드시 기억하고 꼭 챙겨야 할 날들이 붉은 빛으로 단장된 채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부처님오신 날, 남편 생일,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해마다 5월이 되면 행사가 많은 이 한 장의 달력을 아무도 안 볼 때 살짝 오려내어 휴지통에 몰래 버리고 싶어진다.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절대 그럴 수가 없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함이 가득했던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제자로서…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멋지게 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기회를 주는 너무나도 고마운 5월이 아닌가.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반기지 않아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5월을 이젠 감사의 마음으로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어린이 날, 돈가스를 좋아하는 막내를 위해 맛있는 집을 찾아 외식을 했다. 다섯 식구가 주문한 각기 다른 메뉴로 차려진 푸짐한 식탁 앞에서 아홉 살인 막내가 “돈가스 보니까 유치원 때 김영숙 선생님이 보고 싶어지네”하며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그러자 첫째와 둘째 아이도 담임선생님들의 성함을 되뇌며 선생님들과의 추억을 쏟아낸다. 그리고 꿈을 이루면 그 선생님들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인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동안 모두 열아홉 분의 선생님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철부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그 수고로움을 잘 알기에 가슴 한켠엔 항상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또 선생님께 누가 될까 걱정이 되어 조심하고 또 조심하느라 여태껏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린다.
 


 학창시절 소풍날이 되면 어머니께선 새벽부터 일어나 담임선생님 도시락 준비에 정성을 다하셨다. 그 시대의 어머니들은 밥 한 끼에 큰 의미를 두셨기에 당신이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선생님의 도시락을 챙기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도 훗날 꿈을 이루면 고마우신 선생님을 반드시 찾아 밥이라도 한 끼 꼭 대접해야 한다며 이르고 또 이르셨다.
 


  아카시아 향기가 짙은 5월이면 자꾸만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힘들었던 학창시절, 선생님께서 주신 격려의 말 한 마디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지긋이 바라보던 따스한 눈빛은 희망이 되었으며 “넌 할 수 있다”며 꼭 잡아주시던 손길엔 늘 사랑이 가득하였다. 그 고마우신 선생님들의 큰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 난 선생님이 되겠다던 꿈을 이루어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번 스승의 날엔 그 시절의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맛있는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해야겠다. 그리고 꿈을 이루면 담임선생님들을 모두 한자리에 초대해 최고의 밥상으로 대접하겠다는 큰 아들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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