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밥 먹고 힘냅시다
백승한
(수필가·순천제일대학 식생활과 교수)
‘진지 드셨습니까’하는 정겨운 아침인사가 어느 날인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농경민족이었기에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루일과를 잘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도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무한경쟁, 고도 효율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삶도 식사 형태도 개별적이며 다양화된 사회로 진화됐다.
이를 증명하듯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5.8kg으로 전년 대비 1.4%가 감소됐으며 10년 전에 비해서는 자그마치 23.4kg이나 줄어들었다. 웰빙으로 인한 다양한 식사선호나 맞벌이 부부 증가 등 대체식품의 소비가 증가됨에 따라 발생되는 사회 현상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잡곡 등의 기타 양곡소비량은 8.1kg으로 전년에 비해 2.5% 증가했다. 건강적인 삶을 위해 잡곡밥을 즐기는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쌀과 서류를 제외한 기타 작물의 자급률이 형편없으며 또한 계속 감소추세에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FTA 등 세계 곡물 시장은 계속 우리나라에게 자국의 쌀을 포함한 잉여농산물을 판매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웃 일본(07년 61.4kg), 대만(07년 47.5kg)에 비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월등한 우리나라는 식량강국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농민들이야말로 안으로는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밖으로는 값싼 외국 쌀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흔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소위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 중 하나는 기능성 쌀의 등장이다. 알레르기 방지 쌀, 게르마늄 쌀, 저아밀로스 쌀, 거대배아미 등 재배육종 공정, 버섯 배양액을 접종해 일정조건에서 배양한 쌀로 영지, 상황, 동충하초 등의 버섯 쌀 공정, 홍국, 칼슘, 키토산, DHA, 클로렐라 심지어 금, 은까지 효능이 검정된 기능성 물질을 쌀에 입히는 코팅 공정 등을 한 고부가가치 쌀이 이미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
친환경 재배 쌀도 있다. 오리농법, 우렁이농법, 키토산농법 등 다양한 유기농법을 이용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최근 이러한 다양한 농법으로 차별화해 재배한 쌀을 ‘브랜드 쌀’이라고 통칭한다. 경북 도내만도 250여 브랜드 쌀이 재배되며 ‘2009 경북 브랜드 쌀’로 고령옥미(고령), 금방아쌀(상주), 양반쌀(안동), 의성황토쌀(의성), 풍년쌀골드(상주), 흑두루미쌀(구미) 등이 최종 선정됐다. 김천쌀도 만만치 않다. (사)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관한 ‘2008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 품평회’에서 건양 RPC가 재배하는 물레방아진미가 당당히 12개 대표 브랜드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쌀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도 눈에 띈다. 1999년 출시했던 모 음료회사의 쌀음료는 최단 기간 1억병을 판매해 쌀 제품의 가능성을 예고했고 즉석밥, 쌀떡볶이, 쌀빵, 레토르트떡, 쌀과자, 쌀아이스크림, 쌀주류 등이 개발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쌀은 쌀비누, 세안제, 샴푸, 린스, 팩, 엣센스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용품의 재료로도 이용이 늘고 있다. 정부 역시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쌀소비 촉진 범국민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서구에서 조차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 식품으로 각광받으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쌀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아침 먹기 생활화, 쌀 선물하기, 쌀 간식 만들기’ 등을 호소하고 있다.
적극적인 쌀 소비가 바로 지역사랑이자 나라사랑의 출발이다. 지역농가도 살리고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도 보호하고 국가경제도 힘을 보태며 국민건강 증진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대한 쌀의 힘을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 밥 먹고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