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나의 스승
정장림 수필가·부곡동
며칠 전 경상북도 우리 꽃 지킴이 회원들과 충남기술센터 생활원예전시관과 청양 고운식물원을 견학하는 기회를 가졌다. 먼저 찾아간 곳이 21만평 규모의 생활원예전시관. 자료실을 들어서자 남들이 미처 생각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곳에 눈을 돌려 특허를 받아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소개가 사진과 함께 벽 전체를 매우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원예전시관엔 이름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축소시킨 폭포가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우리 집도 폭포를 만들기 좋은 환경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혼자서 즐기고 살기엔 너무도 미안한 사람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관람을 마치고 야외에서 점심을 달게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청양에 있는 고운식물원으로 갔다. 품종이 7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아내자의 설명을 듣고 필요한 것은 수첩에 적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원숭이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운지 슬픈 표정으로 입술만 달싹거렸다. 울 밖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겠지. 쉴 틈도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원숭이도 식물도 지처 울고 있는 줄도 모른다. 문득 사춘기 소녀처럼 문 걸어 잠그고 혼자만 있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관람을 마치고 잔디밭에 앉아 멀리 숲을 바라보았다. 많은 식물들 중 이곳에 옮겨진 식물들은 좋은 것 먹고 보호까지 받으니 잘 자랄 것은 당연지사. 사랑까지 듬뿍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좋은 환경에 옮겨졌다면 저 나무들처럼 잘 다듬어진 사람으로 남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흐트러진 마음을 야생화 속으로 한 조각 한 조각 던지니 상처가 아문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화려한 꽃들이 물결을 이루는 주변에서 있으나 마나한 식물들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아름답고 잘 생긴 나무 아래 구박받기에 충분한 잡초들이 깔려 업신여김을 받으면서도 아름다운 숲을 만드는 것처럼 많이 배우고 잘 난 사람만이 세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식물은 말없이 보여준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옹이도 만들고 열매도 맺으며 서로 돕고 어우러져야 살기 좋은 세상인 것을 자연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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