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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여행


박국천객원기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6월 29일

 









양천동에서 조마면으로 접어들어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아담하게 펼쳐진 신안1리 죽정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나타난다.


 감천변에 대나무가 많아 죽정마을로 불리어졌다는 죽정마을. 대나무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이곳에서 이군찬 조마면새마을협의회장을 만나기 위해 호젓한 마을길을 따라 신안초등학교를 찾았다.


 옛날 코 흘리며 뛰어놀던 운동장에는 어느 촌부가 감나무 농사를 짓고 있다.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교실에 들어서자 창밖을 내다보며 회상에 잠겨있던 이군찬 회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했다는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얼굴에 풋풋한 미소가 번졌다.


 “다들 배고픈 시절이었지요. 대부분 도시락조차 엄두를 못 내던 시절에 강냉이 죽을 끓여 주던 선생님이 계셔서 빈 도시락은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과 그 당시의 소중한 인연들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는 그때 그 시절 이군찬 회장의 추억 속에는 한 사람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 말로 형님인 박보생이라는 몇살 많은 ‘시야’가 있었다.


 “모든 게 흐린 기억으로 남아있는 시절 또렷이 기억나는 일은 바로 ‘개침’입니다. 개한테 물려 광견병에 걸리면 죽는다는 것은 그 당시 어린 나도 알고 있는 일반적인 공포였지요. 병원도 없는 시절 20리가 더되는 거리를 걸어 다니며 개침을 맞아야 했는데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먼 거리였습니다.”


 “남면 천동까지 손을 꼭 잡고 가다가 다리가 아파 칭얼거리는 나를 업고 가던 그 따스한 시야의 등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는 이 회장.


친형처럼 생각하고 어린 시절 함께했던 ‘박보생’에 대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풀어 놓았다.


 이군찬 회장은 장남이고 누나 밖에 없어 ‘형’이 있었으면 싶었고 박보생 시장은 외동아들로 자라는 상황에서 이들 둘이 친형제 같이 지낸 것은 어쩌면 당연했던 것 같다.


 “개침 맞으러 다니다보니 ‘시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그 후로는 여름이면 미꾸라지, 붕어도 함께 잡아먹고 겨울이면 팽이며 썰매도 나무로 직접 만들어서 놀았습니다. 물론 제가 어려서 그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 ‘시야’가 선뜻 팽이도 만들어 주었지요.”


 이 회장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혹시 박보생 시장이 지금 열정적으로 시정을 이끄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린 시절의 일화를 들려달라고 하니 막힘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 시장님도 아실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시장에 대한 꿈을 어린 시절부터 꾸었던 것 같아요. 바로 옆집이 당시 김천시장인 마용수라는 분의 집이 있었는데 배고픈 시절 관선 시장의 위치가 어떠했는지 안다면 어린 마음에 얼마나 부러웠겠습니까?”


 자기도 마 전 시장이 부러움의 대상, 동경의 대상이었다며 박 시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그는 박보생 시장의 열정적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


 “시야 집에 놀러 가면 조모께서 토룡탕(지렁이탕)을 끓여 주시곤 했습니다. 옆에서 한 입, 두 입 얻어먹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그때 조모님이 끓여주신 사랑의 토룡탕 덕분에 지금까지 저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옆에서 얻어먹은 토룡탕 때문인지 지금도 건강하다”며 밝게 웃던 그에게 “시장님을 ‘시야’라고 부르니 여러 가지 도움도 많이 받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하자 정색을 한다.


 “에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건 ‘시야’가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죠. ‘시야’에게는 그러면 안 됩니다” 하면서 자신이 지금의 역할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바로 ‘시야’를 돕는 것이라는 그의 거침없는 한 마디에 흙처럼 진솔한 농심의 마음을 읽는다. 그러면서 천직인 농사에 땀을 쏟으며 또 자신이 맡은 조마면새마을협의회장 직책을 열심히 하는 것이 곧 김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결국 박보생 시장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이군찬 회장.


 그러기에 오늘도 그는 ‘시야’를 위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다.


 









교문을 나서다 뒤돌아보니 그의 얼굴에는 어린 시절 ‘시야’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입가에 살포시 피어오른다. 티끌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에 그려지는 그의 미소는 아마 ‘시야’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아닐까?


 돌아오는 기자의 발걸음은 너무 가벼웠다.


 

박국천객원기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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