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포도밭 옆에서 배영희 (교육학박사·효동어린이집 원장 )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님의 청포도 계절이 되었다. 엊그제 연둣빛 어린 새잎이 돋아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탐스럽게 청포도가 주렁주렁 영그는 7월이다. 포도밭을 지나며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포도알을 들여다본다. 포도 익는 향긋한 향기하며 한 알 한 알 세어보니 내 눈엔 365알 같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딱 반이 지났다. 어떻게 하면 저 포도알처럼 나도 알알이 영글 수 있을까? 어제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얘들아! 어른이 행복할까 어린이들이 더 행복할까?” 그랬더니 합창이라도 하듯이 “어른들이 더 행복해요” 한다. 자기들은 매일 공부해야 하고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하고 실컷 놀지도 못한다며 쏟아 붓는다. 으악! 철없는 아이들까지 모두가 힘든 세상인 모양이다. 갓난아이도 뜻대로 안 되면 응애응애 울고 학생들도 시험과 친구 관계로 힘들어 하고 어른들은 직장생활이나 경제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안 아픈데 없으니 괴롭다. 그러니 내일은 오늘보다 좋은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만 어쩌면 살아있는 동안 근심 걱정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때 우리 모두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대통령도 힘들었구나. 그래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라더니 얼마나 힘들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을까 생각해 보았고 국가의 최고 수장이 본보기가 되어줘야 할 텐데 커가는 학생들 앞에 꼭 그렇게 죽음을 보여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 내용 중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자연 속에 포함된 한 점임을 이야기 하지 않는가? 결국 너와 나는 전생에서 이생으로 이생에서 저생으로 잠시 머물다가는 여행자들이다. ‘우리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했던 시인 천상병님의 시구((詩句)처럼 우리 사는 세상을 소풍이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살자. 각자 힘들고 외롭게 사는 인간 세상이라지만 우리 서로 사랑하며 살자. 간밤에 비가 왔는지 포도알이 햇살에 비취어 더 싱그럽다. 지나간 과거도 다가올 내일도 잠시 접고 오늘 저녁엔 가까운 사람들끼리 한 자리에 모여 은쟁반에 티슈라도 깔고 포도 한 송이씩 달게 먹었으면 좋겠다. 포도알이 입으로 들어와 가슴으로 전해질 때 인생의 여행길에 선 우리들도 알알이 영글어지지 않겠는가. 김천하면 포도, 포도하면 김천인 7월이 알알이 무르익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