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39세) 시인의 첫 산문집 ‘느림보 마음’이 마음의 숲을 통해 발간됐다.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해 그동안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등의 시집을 발간하고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문태준 시인이 산문집을 발간한 것. “이 세상이 너무 신속합니다. 쉴 겨를과 나란히 가는 옆과 늦게 뒤따라온 뒤를 살려냈으면 합니다. 나의 것을 다른 데로 돌릴 줄 알았으면 합니다. 차마 다하지 못하는 말은 남겨두었으면 합니다. 세상의 마음이 한없이 가난해지지 않도록 세상의 마음이 궁벽한 곳에 살지 않도록.”
문 시인이 ‘느린 마음으로 살 때 청량해진다’는 제목의 ‘시작하는 글’을 통해 밝힌 말이다.
‘느림보 마음’은 66편의 산문이 △느린 마음 △느린 열애 △느린 닿음 △느린 걸음 등 4부로 나눠져 있다.
봉산면에서 출생해 김천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이곳에 머문 문 시인은 느림, 비움, 관조와 긍정, 마음의 평화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향 산천의 풍경, 농사짓는 아버지가 일러준 삶의 가르침, 허기를 채워주는 한 끼 밥상의 감사함 등을 통해 현대인들이 까마득히 잊고 있던 심상들을 환기시킨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산행 한 번 했다는 느낌, 너른 바다를 멀리 오래도록 바라봤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독려하고 생동시키는 데, 또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평화심을 회복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문태준 시인이 느릿한 언어로 그려낸 풍경들은 고혹적이다. 이는 독자들이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걸어가게 한다. 구석구석 시가 되는 ‘느림보 마음’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한 발짝 비켜서는 법, 입에 향기로운 말을 담는 법, 느릿느릿 걸어가는 법을 잘 아는 시인의 느리디 느린 마음을 담고 있다. 신속한 세상에 던지는 느림보 시인의 마음을 어두운 자리나 진자리가 아닌 마른 자리에 두고 볼 일이다.
문태준 시인은 개인적으로 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지난해 시집 ‘그늘의 발달’을 낸 뒤 시는 많이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가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그래도 산문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다. 시인은 “이번 책은 시와 비슷한 문장들로 감상 위주의 글을 담았지만 나중엔 시와는 다른 빛깔과 울림을 가진 아주 좋은 산문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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