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시인) 누나도 다홍치마가 잘 어울리는 나이가 있었다 저고리에 미처 못다 감춘 실처럼 가는 끈 풀고 속치마를 내리면 대 이을 자식 볼 수 있는 청춘이 있었다 조카 셋 대학 공부 뒷바라지 다 하고도 동생에게 짐이 되는 것 죽기보다 싫다 분홍치마도 어울릴 때 지난 육십 대 후반의 우리 누나 이 나이에 일자리 있는 것이 어디냐 수십 년 다닌 봉제공장 떠날 생각 못하고 담 밑의 봉숭아처럼 끈질기다
눈물샘 바닥나면 저리 고운 꽃 피울 수 있을까 아기집 같은 씨 주머니 생기는 대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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