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중심(正中心) 배영희(교육학박사 ·효동어린이집 원장) 휘엉청 밝은 달이 머리 위에 떴습니다. 추석을 한가위 또는 중추절이라고 하는데 한가위란 8월 중에서도 정(正)가운데란 뜻이니 정중심 또는 한가운데를 말합니다.
일 년 중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음력 8월15일이 큰 명절로 여겨진 것은 고대 사회에 있어 날마다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은 당연한 존재로 여겼지만 한 달에 한 번 만월을 이루는 달은 고마운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월을 갈망하고 숭상하던 시대부터 이미 우리 민족은 최대의 축제일로 여겨 만월 아래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면서 줄다리기, 씨름, 강강수월래 등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여름에 땀 흘리며 농사지은 수확물 중에 가장 깨끗하고 알찬 것들만 골라 크게 한상 차리고 그것으로 조상님께 인사드리고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명절이 바로 추석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 와서는 그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연휴동안 친인척끼리 지지고 볶기 싫어서 훌쩍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진 차례상 앞에서 대충 의무적인 행사만 치르고 “바빠서요”하며 사라지거나 아예 빠지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르신들만 식어가는 음식들을 바라보며 뿔뿔이 흩어지는 자식들에게 한 봉지라도 들려서 보내려 애쓰는 외롭고 쓸쓸한 추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랗고 둥근 보름달이 가을 하늘에 휘엉청 떴습니다.
어릴 때 본 할머니는 장독간에 물 떠놓으시고 달님 보며 정성스레 비셨고 그 옆에선 나는 옥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을 찾으려 고개 아프도록 바라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할머니는 오직 자식만을 위해 무언가를 빌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엔 삶의 정중심(正中心)에 서서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남은 날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고즈늑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가장 위로해 줄 사람도 내 가족이고 가장 위로 받고 싶은 사람도 내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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