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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큰 꽃이 피면 작은 꽃도 핀다

배창환(시인)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0월 08일

시 론-큰 꽃이 피면 작은 꽃도 핀다


배창환(시인)


 


 가을 우리 마당엔 코스모스가 다투어 피어난다. 무리지어 피도록 만들어 놓은 화단은 물론이고, 잔디의 텃새가 심한 마당 한가운데도 틈새를 찾아 뿌리를 내린다. 하얀꽃 빨강꽃 연분홍꽃이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흥성한 잔치마당이 된다. 바람에 여린 몸 하늘거리는 몸짓도 몸짓이지만 그 향은 그윽하기 이를 데 없어서 가까이 가면 저절로 눈이 감기는 것이 이 꽃이다.
 


 그런데 꽃이라 해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거름기가 많고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선 꽃은 대궁이부터 다르다. 소복이 올라오는 이 놈들을 비 온 뒤에 모종으로 뽑아서 옮겨주고, 거리를 듬성듬성 띄워주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앉혀놓고 물을 몇 번 주고나면 다음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란다.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이것들이 코스모스를 키우는 환경이 되고 조건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때를 놓치고 솎아주지 않아서 콩나물처럼 오밀조밀 자라게 되면 위로 위로만 솟아나서 몸은 빼빼 마르고 힘이 없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쓰러지는 가련한 식물이 되고 만다. 자연히 햇빛을 서로 받으려고 목을 쑥 빼게 되고, 하늘을 향해 가지-손을 벋어볼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번 그렇게 자란 놈은 나중에 어떻게 해 보려 해도 쉽게 좋은 꽃을 맺어볼 수가 없다. 꽃씨의 종자보다 환경이 문제라는 것을, 해마다 마당에 찾아오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늘 느끼고 있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이들도 꽃과 같아서 잘 자라도록 북돋워주고 영적 육체적으로 좋은 체험의 기회를 갖도록 하면 무럭무럭 자란다. 나무도 전지를 해 주어야 좋은 나무로 자라듯이, 아이도 적당한 시기에 잘못을 교정해 주고, 숨어 있는 개성과 소질 능력을 찾아내어 격려하고 의욕을 불어넣어주면 사회를 이끌어 갈 커다란 동량(棟梁)으로 자랄 수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꽃이 다른 점도 있다. 꽃은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간다. 크고 탐스런 꽃망울을 맺은 꽃이 있는가 하면, 큰 꽃의 그늘에 가리어 작고 보잘것없는 꽃망울을  달고 선 꽃도 있다. 어떤 것은 돌멩이에 눌려서 몸이 비틀린 상태로 땅을 한참이나 기다가 하늘을 향해 솟아난 꽃도 눈에 띈다. 그런데 이 꽃들은 마치 한 묶음의 커다란 꽃다발처럼 서로 어우러져 피어나는데, 모두 똑같은 무게로 살아간다. 작은 꽃이 있어서 더 아름답고, 큰 꽃이 작은 꽃을 배척하지 않아서 더 흥성하다. 크고 잘난 꽃들만으로 화단을 가득 채우고 마당을 덮는다면 무슨 맛이 있을까.
 


 꽃에 비해 사람은 철저하게 길러지고 교육된다. 환경에 의해 길러진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남보다 잘나서 그런 것처럼 오만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멸시하기 일쑤이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경쟁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비인간화된다는 것은 진리이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우월감에 빠져서 오만하기 쉽고, 진 사람은 열등의식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우월의식이나 열등의식은 격화된 경쟁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벋어 나온 병리현상들이다. 이긴 자나 진 자 모두가 비인간화되는 것이다. 경쟁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로 나누고, 승자는 적고 패자는 많다. 그러므로 경쟁을 조장(助長)하는 집단이나 부류는 언제나 그 경쟁이 있음으로써 이익을 얻는 집단이고 부류이며 국가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 자체가 없다면 좋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최소화하는 사회가 보다 인간적인 사회이다. 경쟁 이전에 경쟁에서 진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마음가짐과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사회는 그것이 재물이든, 지식이든, 기회이든, 많이 가진 사람들이 겸허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어 적게 가진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나누어줄 줄 아는 사회, 그래서 화합하며 함께 사는 사회, 모두가 이기는 사회, 곧‘인간의 얼굴을 한’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큰 꽃이 피면 작은 꽃도 피듯이. 큰 꽃 작은 꽃이 모두 당당히 모여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 어 가듯이.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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