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욱 첫 시집 ‘호박 뚝배기’가 발간됐다. 구성면 흥평2리 점터에서 태어나 대이어 농업에 종사해온 강희욱(64세)씨가 그동안 쓴 150여 편의 시 가운데 115편을 묶어 시집으로 발간한 것.
보약 한 재 아니 먹고 넌 늘 세워 쏴 자세/언제나 한 자리에서 나보란 듯 자랑하는/송강식당 앞 밉지 않은 우람한 남근석(男根石)//초승달이 변하여 매월 보름밤에는/그 큰 놈에 반하여 주위 맴돌면/거침없이 쏘아 올리는 탄도 남근 핵//어딜 가도 봄은 화사한 여인네 굿판/넉살좋은 그 놈도 떼거리 여인들 호들갑에/기죽어 삼월 담쟁이 새 잎으로 감추리 시집 ‘호박 뚝배기’에 수록된 ‘남근석’ 전문이다.
성의중 재학 시절 백일장에서 몇 차례 입상하고 중학생 신분으로 연애편지를 대필해준 경험은 있지만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20년 가까이 시를 써왔다는 강희욱씨. 태풍 ‘루사’ 피해로 집이 무너져 그 무렵까지 쓴 200여 편의 시를 잃고 말았지만 시 쓰기를 중단하지 않은 덕분에 시집을 갖게 된 강희욱씨는 다른 사람들이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
“시집이라는 이름조차도 붙이지 못한 하찮은 책이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네 딸, 그리고 가까운 친척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꿈이 이뤄져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도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시상을 가다듬어 열심히 시를 쓰겠습니다.”
시 공부를 달리 한 적이 없지만 기성 시인 못지않게 의욕적으로 시를 쓰는 아마추어 시인 강희욱씨의 말이다.
공무원 출신으로 강희욱씨와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채명호 시인은 “강희욱씨는 마을 이장과 새마을지도자가 사회적인 경력의 전부인 농부에 불과하지만 시 공부만 제대로 한다면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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