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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이 가을에 만난 사랑


권숙월편집국장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0월 15일

 


 


전다솔 (성의여중 재학)


 


 인간의 삶은 사랑으로 숨 쉰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맺은 특별한 관계는 생물학적인 보호 이상의 것이다. 성장하면서 신체적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되면 어머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단체의 구성원이 된다. 구성원이 되면 부모와의 특별한 관계 혹은 태초의 사랑은 비중이 줄어든다. 그러나 인간은 부모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으며, 살아가는 동안에도 부모와 특별한 관계를 지속한다.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대인관계의 범람 속에 어머니의 소중함과 사랑을 잊은 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삶에 대한 의연함과 용기, 당당한 인내의 힘은 꿋꿋하고 아름답게 살아오신 어머니의 힘이다.’ 작가는 다섯 살 때 국수를 삶기 위해 펄펄 끓인 물을 온몸에 뒤집어 써 기절하는데, 어머니는 병원까지 아이를 업고 뛰면서 울음과 간절한 기도로 걱정했다. 기도문 못지않은 애절함을 느낀 ‘영희야 뼈만 추스르면 산단다.’란 글귀 앞에 난 그만 마음이 주저앉고 말았다. 어머니의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일생 동안 지속된다. 내가 탯줄을 통해 건강히 태어난 순간부터 사랑은 나의 삶 속에서 숨 쉬었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지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나는 애정을 잊은 채 욕심 부림에 여념 없었다. 부모님이 도와줄 수 없다는데 흥분하고, 완전히 부모님을 떠나지 않은 채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을 찾음으로써 나의 욕심을 해결하려 했다. 얼마 전 김연아가 선전하는 휴대폰을 갖기 위해 하염없이 짜증만 부렸을 때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는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어쩌면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무한한 사랑의 관계를 선물로 주신 어머니를 잊은 채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왔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은 뒤 느낀 이러한 생각을 숨 쉬듯 기억하고 또 실천해야겠다.



 ‘암을 남의 이야기라는 듯, 잘난 척하며 살던 장영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작가는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 됐지만 거뜬히 장애를 딛고 영미문학자이자, 수필가의 길을 걸었다. 2001년에 유방암 선고를 받은 후 완치되었지만, 3년 뒤 척추에서 암이 재발하고 전이 되는 등 연이은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혹독한 병마와 싸워오면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삶을 보여 주었으며 투병 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 난 킥보드를 타다 다쳐서 한동안 다리에 깁스를 했다. 불편함과 고통을 참고 목발로 생활 했지만 친구들은 장난을 걸고 도망치며 나를 괴롭혔다. 짧다면 짧은 한 달 이었지만 힘들었던 마음을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다. 작가는 5년이란 긴 시간동안 어떻게 암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장영희 교수의 인내심을 본받아야겠다.



 이 책에선 밝고 따뜻하며 활기 넘치는 작가의 생활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암과의 사투 속에서 이토록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희망’이 아닐까 한다. 그녀는 지금 힘겹게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바로 내일을 살아갈 기적이라 생각했다. 그 중요성을 알았기에, 생의 마지막까지 글을 통해 희망을 강조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출판된 책이라 무겁고 원론적인 내용일 것 같아 부담감을 가졌다. 하지만 작품을 읽으며 놀란 내용이 있다. 장영희 교수는 자신은 준비성이 부족해 뭐든지 미리 하지 않았고, 늘 후회했다 말한다. 이는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 매우 부끄러웠다. 매 순간 무관심으로 지나친 나 또한 후에 얼마나 큰 후회를 할지 생각하니 지나간 시간이 안타깝다. 이 책을 읽고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앞으로 미리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인간은 마음속에 사랑이나 타인에 대한 깊고도 정직하며 헌신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일이지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과 같은 책을 꾸준히 읽는다면 이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우리의 일생은 짧은 순간의 연장으로 이뤄진다. 매 순간을 사랑과 만족으로 채워나간다면 삶도 사랑만으로 구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보다 위대하고도 힘든 삶을 살아온 이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간 잊고 지낸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다 따뜻하게 대하리라 다짐한다. 또한 지금의 어둠은 곧 밝아짐을 의미 할 것이라 희망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또 한 번 사랑으로 숨 쉬고 있다.


 


 


 


 

권숙월편집국장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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