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첫 시집 ‘바다 허벅지를 만지다’(시선사)가 발간됐다. ‘시선’ 2009년 가을호 신인 발굴 시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이영희 시인이 등단하기 바쁘게 발간한 시집 ‘바다 허벅지…’에는 58편의 호흡이 긴 시가 수록돼 있다. 다리가 짧은 나는 발이 닿지 않아/늘 깊이를 재며 바라만 본 바다였다/해수열탕에서 판유리 창밖을 내다보니/바다에 성큼 들어와 앉아 잇다/마른 젖꼭지를 문 듯 코끝이 찡하다/…<중략>…/누구라도 다가가 품으면/짭짜름하게 눈이 따가워지는 바다/어머니 품에 안긴 듯 가슴 콩닥거리는 바다/검은 연기에 멸치는 몸을 말리고/끓는 해수에 나는 몸을 불린다/해수탕 판유리 넘다가, 나는/급기야 바다의 허벅지를 만지고 말았다.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천 출신 이영희 시인의 표제(標題) 시 ‘바다 허벅지를 만지다’ 일부분이다. “이영희 시인의 시는 삶의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겪은 것을 가지고 온갖 마음의 가지마다에 안테나를 세우고 세상을 탐지하고 있다. 세상이 돌아가는 현실은 한 개인의 의지 속에 묶이지 않을뿐더러 엄연한 순리와 거대한 폭풍과 같은 마음의 진통으로 우리에게 읽혀진다.” 정공량 시인이 쓴 ‘해설’ 일부분이다. 이영희 시인은 ‘자서’를 시 형태로 썼다. “삼을 삼는 칠십대 노인이 삼보다 더 질긴 인생 타래를 한 문장으로 푼다. 삼이 실이 되고 피륙이 되기까지의 숱한 과정보다 그보다 더 엉클어진 인생을 ‘다 풀었어, 이제 남은 건 하늘나라로 가는 거, 그 한 가지만 남았어. 부담 없이 가는 그 사연만 남았어.’ ‘부담 없이’ 인생살이 한 단어에 다 묶었다. 한 단에 묶인 깻단을 털 듯 툴툴 털어버리는 당신, 실타래 푸는 평생의 그 일이 시인이 되는 길이었다.”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배재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전문반과 인터넷 ‘나탈리 망세의 첼로’ 시창작과정을 수료한 이영희 시인은 2005년 ‘문학공간’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문인. 울산문인협회 회원, 시나위 문학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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