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월에 읽는 시 가을걷이 남복이 (주부·모암동 한일상가A) 이른 아침 비알 밭에 내려온 산그늘 한낮의 햇살이 둘둘 말아 굴참나무 우듬지에 걸쳐놓으면 이랑 이랑에 가을이 누르스름하게 영근다 한 세대를 건너시는 어머니 봄 여름을 지나 가을 속으로 들어가신다 사는 일에 골 깊어 솟은 등 고랑에 우뚝 앉히신다 잔뼈 불거진 손으로 고구마 덩굴을 잡고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꿋꿋하게 바닥을 기었던 삶 쑥쑥 뽑아 거두신다 무덤 같은 어둠을 견디어 내고서야 비로소 둥글둥글 영근 알뿌리, 어머니의 삶을 보여준다 후세대의 경전에 들고자 청량한 햇살에 물기를 말린다 푸른 날을 다 비워낸 어머니 억새꽃, 가을 한가운데 앉아 서걱거린다 *제22회 매일한글백일장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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