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사랑이 배달되다 이외자 (주부·용두동) 곱게 물든 은행잎이 꽃잎처럼 날리는 늦은 가을 택배가 왔다.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 보물 상자를 열 듯, 어릴 적 종합 과자 선물세트를 뜯는 그 느낌으로,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어머니가 보낸 라면 박스 속이 궁금하다. 풋고추를 쪄서 말린 건 사위가 좋아하고 찐 고구마 말린 건 큰딸이 좋아하고 손자가 잘 먹는다는 씀바귀 김치까지 가짓수가 너무 많아 여기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거실에 쭉 널어놓으니 시골 장터에서 본 노점 좌판이 우리 집으로 옮겨왔다. 종종 우리 자매들은 말한다. 택배는 우리 어머니를 위해 생긴 거라고. 때때로 그 보물상자에는 둘째네에 가야할 물건이 내게로 두 개가 들었고 내게도 없는 물건이 둘째네에 가 있는 날도 허다하다. 그래도 우린 절대 어머니께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잘 받았고, 너무 맛있었다고 말한다. 지난 여름에는 농약하나 치지 않은 채소라며 보냈는데 그것도 비닐봉지에 단단히 봉해서 온 채소는 상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때도 잘 먹었다고 어머니께 거짓말을 했다. 어느 때는 택배비가 더 아까울 때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기쁨과 사랑을 잘 알기에. 주소도 이름도 삐뚤삐뚤한 박스를 뜯는다 어릴 적 과자 선물 세트를 열던 느낌이다 금세 시골 장터 노점 좌판이 옮겨지고 손님 없는 주인이 된다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어머니 받는 것이 되풀이되어 무디어 질 때 있지만 그 무게에 눌려 낯붉혀질 때 많다 거칠지만 사랑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손을 생각하다 슬며시 내 손을 감춘다 졸시 ‘택배’전문이다. 1남 6녀를 둔 어머니는 사랑의 기울기를 잘 조절하셨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을 단 한 번도 우대 하지 않으셨다. 충만하고 넘치는 사랑은 가난도 어쩌지를 못했고 그 사랑은 가난을 이겼다. 잣대없이 더 주지 못해 늘 아쉬워하던 당신의 세상 안에서 우리 칠남매는 가난했지만 풍요로웠다. 받는 것도 되풀이 되면 무디어 지기도 한다지만 그 사랑의 무게가 너무 크고 그 무게에 짓눌려서 부끄러울 때도 참 많았다. 오늘도 사랑을 만들고 계실, 거칠지만 그 아름다운 손을 생각하다 받기만 하는 내 손을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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