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5-02 20:34:4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수필

살며생각하며-사랑이 배달되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26일

살며생각하며
사랑이 배달되다


이외자
(주부·용두동)


 


곱게 물든 은행잎이 꽃잎처럼 날리는 늦은 가을 택배가 왔다.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 보물 상자를 열 듯, 어릴 적 종합 과자 선물세트를 뜯는 그 느낌으로,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어머니가 보낸 라면 박스 속이 궁금하다.
 풋고추를 쪄서 말린 건 사위가 좋아하고 찐 고구마 말린 건 큰딸이 좋아하고 손자가 잘 먹는다는 씀바귀 김치까지 가짓수가 너무 많아 여기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거실에 쭉 널어놓으니 시골 장터에서 본 노점 좌판이 우리 집으로 옮겨왔다.
 종종 우리 자매들은 말한다. 택배는 우리 어머니를 위해 생긴 거라고.
 때때로 그 보물상자에는 둘째네에 가야할 물건이 내게로 두 개가 들었고 내게도 없는 물건이 둘째네에 가 있는 날도 허다하다. 그래도 우린 절대 어머니께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잘 받았고, 너무 맛있었다고 말한다.
 지난 여름에는 농약하나 치지 않은 채소라며 보냈는데 그것도 비닐봉지에 단단히 봉해서 온 채소는 상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때도 잘 먹었다고 어머니께 거짓말을 했다.
 어느 때는 택배비가 더 아까울 때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기쁨과 사랑을 잘 알기에.


주소도 이름도 삐뚤삐뚤한
박스를 뜯는다
어릴 적 과자 선물 세트를 열던 느낌이다


금세 시골 장터 노점 좌판이 옮겨지고
손님 없는 주인이 된다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어머니
받는 것이 되풀이되어 무디어 질 때 있지만
그 무게에 눌려 낯붉혀질 때 많다


거칠지만 사랑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손을 생각하다
슬며시 내 손을 감춘다
 졸시 ‘택배’전문이다.


 1남 6녀를 둔 어머니는 사랑의 기울기를 잘 조절하셨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을 단 한 번도 우대 하지 않으셨다.
 충만하고 넘치는 사랑은 가난도 어쩌지를 못했고 그 사랑은 가난을 이겼다.
 잣대없이 더 주지 못해 늘 아쉬워하던 당신의 세상 안에서 우리 칠남매는 가난했지만 풍요로웠다. 받는 것도 되풀이 되면 무디어 지기도 한다지만 그 사랑의 무게가 너무 크고 그 무게에 짓눌려서 부끄러울 때도 참 많았다.
 오늘도 사랑을 만들고 계실, 거칠지만 그 아름다운 손을 생각하다 받기만 하는 내 손을 만지작거린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26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배낙호 김천시장, 송언석 국회의원과 원팀 국비확보 광폭행보..
황산폭포, 30억 야간 경관조명 사업 취소 결정..
새마을운동 제창 55주년, 제15회 새마을의 날 기념식..
시설관리공단, 추풍령테마파크에 그늘막 및 벤치 설치로 방문객 편의 증진..
딸기 수직재배, 미래농업의 꿈을 키우다..
이철우 도지사, 영덕 노물리에서 전화위복버스 첫 현장회의 열어..
월드옥타 안동에서 글로벌 경제 협력의 장 열다..
대신동 통합방위협의회, 환경정화 활동으로 경북도민체전 성공개최 기원..
향토애 담아낸 수채화로 평온과 위안을 선사..
김천대학교 유니라이트 동아리, 첫 봉사활동..
기획기사
김천시는 매년 차별화된 주거복지 정책을 선보이며,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5년에도 저출생 문제 해소와 시.. 
2024년 여름, 김천시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봉산면에는 시간당 8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 편집국장 : 김희섭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I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8,285
오늘 방문자 수 : 47,923
총 방문자 수 : 97,847,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