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월에 읽는 시 빛 이정란 (주부·신음동 삼보아파트) 새벽에 문득 잠이 깨어 지친 당신의 숨소리를 듣습니다 천원을 써도 꼼꼼하게 따지곤 했는데 지금은 가볍게 돈을 써버리곤 하는 내가 잠든 당신 옆모습을 보며 가슴이 저려옵니다 막 물들기 시작한 은행잎은 애틋해 하면서 이미 촘촘히 자리 잡은 새치는 왜 보지 못했을까요 내 눈가의 가는 주름은 속상해 하면서 당신 눈가의 굵은 주름은 왜 보지 못했을까요 우리 가족의 빛이 되어준 손을 어루만져봅니다 내년이면 머리 큰 애들 교육 걱정으로 당신 손에 더 옹이가 박이겠지요 피곤에 지친 당신의 체온은 이 순간도 나를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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