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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을 하고 - 안동을 다시 그리며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2월 10일

문학기행을 하고
안동을 다시 그리며


김근우
(김천고등학교 1학년)


 


 출발시간은 8시인데 일어난 시간은 7시, 너무 피곤하다. 어제 가을 소풍을 가서 총 쏘고 곤돌라 탄다고 난리도 아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도 문학기행은 가줘야지 하고 빨리 끼니를 때우고 학교 정문으로 뛰어갔더니 다행스럽게도 7시50분쯤이었다. 버스는 도착해 있었고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서부원들은 이미 버스 안에 타고 있었다. 가까이 사는 사람이 늦게 오다니. 부장인 혁희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걸로 위안을 삼았다.


 계속 기다리니 부장도 오고 안 보이던 성민이랑 영광이도 다 왔다. 안 오나 싶던 애는 택시 타고 버스를 쫒아온다기에 기다렸다 태워서 안동으로 출발했다. 국도가 더 볼거리가 많을 거라며 말씀하신 박희복 학생부장 선생님. 볼거리가 많기는요. 출렁대는 버스, 버스를 따라 움직이는 림프액이 날 끊임없이 괴롭혔다. 오랜만에 맛보는 차멀미였다.


 어느덧 일행은 안동에 도착했다. 솔직히 난 하회마을에 처음 와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오는 기와집, 초가집 상점들… 나는 ‘이게 무슨 전통 한옥마을이냐’라며 구시렁댔지만 상점들을 지나가니 하회마을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서 있었다. 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니 어느덧 마을 앞 정류장에 도착한 상태. 내려서 팜플렛 하나를 뽑아 들고 영광이와 같이 하회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팜플렛에 적힌 내용을 옮겨보자면, 낙동강이 빙 둘러간다고 해서 붙여진 하회마을은 허씨와 안씨, 다음으로 류씨가 수백 년 간 살아온 집성촌인데, 지금도 옛날의 기와집과 초가집 그대로 백여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옆으로 논이 펼쳐진 들길을 따라 걸어가 왼쪽으로 꺾었다. 조금 걸으니 나오는 보건소. 세상에 보건소가 한옥이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하동고택. ‘하회마을의 동쪽에 있는 오래된 집’이란 뜻이다. 단순하군.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중 하나인지 섬돌에는 슬리퍼가 있고 처마엔 약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계속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단체사진을 찍고, 우리끼리도 찍고, 수많은 고택과 정사(亭舍)를 들러보고 나무에 소원을 적은 쪽지도 달아보고 하니 어느덧 버스로 돌아갈 시간. 나와 영광이는 행여 늦을까 5분 전에 버스 앞으로 와 있었건만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가버린 몇몇 아이들 덕분에 30분이나 지체되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고 다음 기행지인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도산서원은 조선시대의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하회마을에서 30분을 지체한 탓에 서원을 둘러볼 시간은 많이 줄어들어서 아쉬웠다. 게다가 몇 군데는 공사 중이라서 시퍼런 천으로 서원을 덮어 놓았다. 단체사진을 찍고 유물전시관인 옥진각에 들렀다가 노비들이 사는 곳, 원생들이 기숙하던 곳, 퇴계 선생이 원생들을 가르치던 전교당까지 빠르게 둘러보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우리가 문학기행을 기획했던 본 목적인 이육사 문학관. 이곳은 중학교 때 한 번 왔던 곳이라 이육사의 생애를 요약한 비디오를 틀어준다고 2층으로 모실 때까지 ‘이건 변하지 않는 순서인가 본데’하며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육사 시인의 따님이신 이옥비 여사께서 문학관에 계신 것이다. 비디오를 보고 난 후에 강당 앞으로 오셔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 열심히 말씀해 주셨는데, 세 살 때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라니… 참 안타까워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를 회상할 때 지으셨던 표정은 행복하신 것 같기도 하고.
이육사에 관련된 전시물들은 두 번째로 보는 것이라서 썩 열심히 보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안녕.


 모든 일정은 끝났다. 여기저기 보고 찍고 얘기하느라고 지친 우리들을 위해 선생님들은 김천 무지개가든으로 차를 안내하셨고, 허기진 우리는 냄비의 파까지 긁어댔다. 가끔씩 시간을 끌던 애들이 있어서 도산서원 같은 경우는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날이었다.
아, 그리고 꿈도 하나 생겼는데, 여유가 있으면 부용대가 보이는 곳에 초가집을 구해서 살 거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9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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