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에 읽는 시 달봉산 각시붓꽃 김종인 (시인·김천농공고 교사) 김천농공고 교정을 가로질러 달봉산 오르는 길은 오나만하고 부드럽다 은사시나무 참나무 밤나무 숲을 지나 구불구불 산을 휘감아 돌면 솔바람소리 은은한 침엽수들의 숲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오솔길은 고적한데 아름다워라, 먹물 머금은 꽃봉오리 초야에 묻힌 어느 화가의 붓질이 이제 막 그쳤는지 숲 속 그늘진 곳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네 햇살 따스한 봄날이었던가 신록이 제 빛을 더해가는 초여름이었던가 어여쁘고 작은 새색시처럼 잎 사이에서 자란 손가락만한 꽃대 끝에 그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정지된 화면처럼 아름다워라, 보랏빛 꽃봉오리 사랑이란 이런 순간에 오는 것 아닌가 하늘 향해 비스듬히 선 안쪽 꽃잎 세 장이나 뒤로 젖혀지는 바깥 꽃잎 세 장의 절묘한 울림 그대 처음 만난 날 하얀 블라우스 사이로 은은히 보이는 살결에 취해 흰빛의 그물 무늬에 사로잡히는 고독한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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