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여고 3학년에 이다은 학생의 시집 ‘생각하면 눈시울이’(도서출판 강물처럼)가 발간됐다. 이 시집은 이다은이 2학년 때부터 쓴 70여 편의 시 가운데 28편을 엄선해 수록한 것. 고등학생이 이와 같은 시집을 낸 것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일로 전국 여러 국어교사들로부터 호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다은은 지난해 대구작가회의 주최 제7회 가야산청소년문학캠프 백일장에서 시부 장원을 차지하고 숭의여대 주최 제14회 전국여고생 문예작품 공모에서 은상을 수상한 외에도 청소년 문예지 ‘푸른 작가’에 시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해온 학생이다.
“아픔을 알았다. 그것이 어렸던 나의 여린 삶을 아리게 만들었다. 웃을 줄 밖에 모르던 것이 어느 샌가 겉으로만 웃고 있었다. 그렇게 속으로 썩히던 아픔을 글자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처음 시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그 순간일 게다. 문학시간을 준비하러 도서관에 갔던 어느 날, 처음 읽고 싶어 시집을 열었던 그 날, 어느 시에서는 활짝 웃는 얼굴을 보았고 어느 시에서는 찡그린 표정을 보았고 어느 시에서는 화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찾았다. 시를 통해 비밀을 고백하고 미안함을 말하고 감사를 전하고 행복함을 표현했다. 한 편의 시가 숨기고 싶었던 비밀에 찔끔, 땀을 흘릴 때마다 내게서 한 꺼풀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찾았다.”
이다은 시집 ‘생각하면 눈시울이’의 ‘자서(自序)’ 일부분이다.
이 학교 국어교사인 배창환 시인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따뜻한 아픔’ 제목의 ‘발문’을 통해 “저지난해 ‘문학’ 교과를 가르치면서 다은이를 처음 만난 이후 두 번이나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첫 번째 놀란 것은 ‘시 쓰는 사람’을 보고나서였다.
수학 시간에 시집을/보다/생각했다/-내가 시인이라면//사람들이 말했다/-그럼, 이제 넌/C인이야//도장이/쾅,/찍혔다.
문학 수업시간 시 창작 평가를 할 때 10행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시 한 편을 읽으면서 찌릿한 전류가 전신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 예리하고 간결하면서도 사람의 의식을 파고드는 시의 힘, 그것이 이 시에 있어 곧바로 이다은 시의 애독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놀란 것은 지난해 늦봄쯤. 이다은이 시를 보내왔는데 60여 편이나 되는 걸 보고서였다.
“이런 경우는 보통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의 첫 작품을 본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만한 분량을 완성했는데 그동안 아마 즉흥시인처럼 마음에 품어온 언어들을 마구 쏟아내듯이 써 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 중 최소한 10여 편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뛰어난 시들이었다. 나는 다은이의 시를 받아들고 정말 좋은 시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은이의 시들은 오늘날 문학 청소년들의 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한 ‘수준 높은 청소년 시’의 한 전형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배창환 시인은 이어 “이다은의 시는 우선 깔끔하고 산뜻하며 군더더기가 거의 없고 호흡 조절에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다은 시집 ‘생각하면 눈시울이’는 △가족의 삶과 사랑 △학교와 성장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사랑 등 3부로 나눠져 있다.
이 시집의 소재들은 모두 이다은의 현재적 삶을 이루는 것들인데 사물을 시 속으로 가져오는 상상력과 깨끗한 감성, 놀랍도록 산뜻한 언어 감각이 만나면서 신선하면서도 감동적인 시가 만들어진다.
배창환 시인은 ‘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이 작은 시집으로 시를 향한 다은이의 여정(旅程)은 시작된 셈이다.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한 구비도 많겠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차분히 걸어가기 바란다. 물이 흐르면서 무수한 꽃의 뿌리를 적셔주고 지나가듯이 다은이가 지나가는 시간의 자국마다 우리 모두의 삶의 양식이 될 아름다운 시들을 남기는 모습을 오래오래 눈여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