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월에 읽는 시 운전면허 이 병 철 (시인·김천고 교사) 내 앞에설랑 운전하지 말아라. 자식 멀리 보내 놓고 맘 졸이기 싫었던지 어디어디 사고 소식에 고시랑대는 아버지 그 바람에 명절이면 몸살 나던 아버지 짐 싸서 짊어지고 두 손에 가방 들고 걷기 싫어하는 어린 놈 업은 가냘픈 아내 다섯 번은 갈아타는 시골집은 멀기만 했다. 바리바리 싸 주시는 쌀이며 콩이며 김치, 된장 거듭 거듭 사양하다 등 떠밀려 들고 오면 팔 떨어지던 길, 차 없는 건 운명인가 보다. 이제 차로 가는 길은 두 시간 남짓 아버지 떠나시고 그나마 삼년 지나서 삼년상 치르듯 면허를 땄다. 형제 누이 안 빼놓고 다 땄다. 이제 보는 이 없이 다들 운전대 잡았는데 혼자 계신 어머니께 갈 일 많아졌는데 묶인 일은 왜 이리 커지는가, 인연의 끈은 등나무 줄기 모양 붙박이로 감아 놓는다. 자격증도 넘쳐나는 세상인데 내 차 내가 모는 것도 면허증이 있어야 하고 고향 집에 가는 일도 면허 따듯 구걸해야 하나. 다리를 조여드는 가지, 넝쿨들 내년 이맘쯤엔 곁가지들 하나하나 잘라 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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