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며칠 남겨둔 어느 날 소포 하나가 배달되었다. 발신자의 주소가 없기에 다소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소포를 뜯어보았다. ‘나비의 꿈’이라는 책이 하나 나오고는 별 다른 내용이 없었다. 책을 한 장 넘겨보니 노트를 찢어 쓴 편지 한 장이 떨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친구의 편지 곳곳에 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고 있었다. 그 어떤 선물보다 소중한 친구의 책 선물에 그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동봉한 책을 꼭 읽어 보라”는 말과 함께 “역사에 남을 시장이 되라”는 친구의 기원을 읽다보니 그 친구가 누굴까 궁금해졌다.
소포의 겉봉에 ‘상주 옥산우체국’ 소인을 보니 옛날 고등학교 시절 옥산리에 살았던 씨름을 잘하던 박무수라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지나쳐 우체국에 전화를 걸어 보니 “본인이 극구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나이 지긋한 신사 한분이었다”는 직원의 답변이다.
혹여 나에게 부담을 줄까 하는 친구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며 정성들여 써내려간 마음의 편지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의 사고는 결과만 가지고 모든 걸 평가 하려고 합니다. 열심히 하는 데는 하늘이 보고 있고 땅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비의 꿈’을 꼭 읽어 보라는 친구의 부탁에 하루저녁 꼬박 책을 읽어 내려갔다.
‘나비의 꿈’이란 책의 추천사만 보아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기초자치단체장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내용이며 한번쯤은 모두 축제장에 가서 부러움과 찬사를 함께 보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함평 나비축제장은 정말 필자로선 충격적이었다. 축제장까지 가는 읍내의 모습은 정말 시골동네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그날 본 나비축제 모습에 충격 받은 필자도 김천을 먹여 살릴 축제를 고민했지만 솔직히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그렇게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친구의 책선물인 ‘나비의 꿈’이라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화려한 성공 뒤의 그 어려웠던 과정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많은 어려웠던 에피소드보다 나에게 용기와 감흥을 준 단어는 6자였다. ‘어차피’와 ‘오히려’라는 낱말이었다. “어차피 우린 안 돼”라는 지나친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오히려 우린 된다”라는 긍정의 힘을 확산시켜가는 그 눈물겨운 과정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무 것도 없기에 무엇을 해도 어차피 우린 안 돼”에서 “아무 것도 없기에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기에 오히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 바로 그것은 “결과만 가지고 보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친구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지난 4년의 많은 일들이 눈앞에 그려진다. 자치단체장을 해본 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이 책속에 많이 묻어났다. 김천의 경우에도 기업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일과 용지부족해결을 위해 산업단지 개발과정에서 ‘어차피’라는 부정적 인식의 벽을 느낀 적이 많았다.
현대모비스와 KCC 등 대기업을 유치해 많은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는데 돌아오는 말들은 나의 폐부를 찌르는 말들이었다. “기업유치 하면 뭐하나 내가 취직이 안 되는데” 이런 말들을 듣다보면 힘이 빠진다. 그래도 이 책에 있는 것처럼 오히려 한사람이라도 더 취직할 수 있도록 기업유치에 더욱더 매달렸다.
“왜 이렇게 몰라줄까?”라는 서운함 보다는 김천이 나아갈 방향이 ‘일자리’에 있다는 점을 알려준 시민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기업유치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많은 서비스업인 관광산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하게 되었으며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노다지 축제’였다.
그 희소성과 지역연관성은 인정을 하면서도 여러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 반대도 심한 편이며 이런 반대가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포기하기 보다는 반대의 이유를 꼼꼼히 챙겨 대안을 마련하는 등 소통의 과정을 거치면 더 나은 축제를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우리 김천은 아직도 청정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사통팔달의 교통 편리성은 물론 황악산과 천년고찰 직지사가 있는 등 함평에 비해 그 관광산업기반은 훨씬 나은 상황이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시민과 소통해 성공적인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름 모를 친구가 나에게 알려준 긍정의 바이러스가 시민모두에게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
“친구야 고맙다. 정말 보고 싶다”
김천시장 박보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