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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馬)에게 말(言)을 묻다


권숙월편집국장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05일

<칼럼> 말(馬)에게 말(言)을 묻다


 


배영희
(교육학 박사·효동어린이집 원장)


 


 며칠째 봄비가 계속 온다.
 아마, 부드러운 저 흙을 비집고 연초록 새싹들이 쏘옥쏘옥 얼굴을 내밀겠지.
 봄! 언제 추웠었느냐는 듯이 개나리는 황금빛으로 피고 아이들은 새 학년을 맞이하여 재잘재잘 학교 길을 오간다. 첫 발령을 받거나 처음 입사한 사회초년생들도 푸르디푸른 꿈을 안고 첫 출근을 하고 있을 테고.
아! 3월은 왠지 설레고 제비들이 처마 끝에 앉아 짹짹거리듯 참 기분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얼마 전, 구미에 있는 승마장엘 다녀오며 한참동안 말(馬)에게 말(言)을 묻고 싶었다. “너는 어찌하여 저 넓고 푸른 광야를 달리지 못하고 여기 이렇게 매어 있느냐?”라고.
 말은 800~1천kg이나 되는 큰 몸집에 키도 보통사람들 두 배는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쩌다가 사람들에게 길들여져 건전지를 넣은 인형처럼 움직이고 있는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더욱이 지금이라도 당장 넘어 갈 수 있을 만큼 가느다란 대나무로 50cm도 안 되는 울타리를 쳐 놓았건만 그 안에 갇혀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길들여진다는 것, 사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르겠다. 승마장에 있는 말들을 보며 마치 그 모습이 우리네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왜냐하면 세상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고 더 화려하게 살라고, 더 많이 가지는 게 잘 사는 거라고,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큰소리친다고 계속해서 등을 떠밀며 우리를 유혹한다. 마치 경마장에 번호판을 달고 뛰는 저 말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오직 앞만 보고 달리는데 길들여진 우리는 무조건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보니 항상 긴장하고, 늘 불안하고, 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저 말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더 화려하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큰 사람만이 꼭 성공한 삶은 아닐 것이다.



 말이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고 야생으로 살 때 훨씬 더 평화로워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평화롭게 살자. 다만 자기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하여 이 봄엔 박차를 가했으면 좋겠다. ‘박차’란 말(馬)의 옆구리를 신발 뒤축에 있는 뾰족한 쇠로 탁하고 차는 것을 말하는데 1월 1일 처음 먹은 마음 흔들리지 말고 나만의 향기를 내며 묵묵히 스스로에게 박차를 가하자.

권숙월편집국장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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