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좋은 날엔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집안 대청소를 말끔하게 하고 싶다.
도움 되지 않는 날씨에 미루던 일이 많아 봄에게 ‘너 요즘 왜 그러냐?’ 묻고 싶다.
계절의 맨 앞자리에 서 있으면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네 몫 일 텐데. 때 아닌 눈은 뭐야. 더 이상 잦은 비와 황사로 심술부리는 일이 없도록 부탁을 해 본다.
그제서야 봄이 집집마다 노크하는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봄을 맞이하는 기분은 청소를 해 놓고 귀한 손님을 기다리는 기분일 것이다.
심술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아 어디쯤 왔을까 해서 집 밖으로 마중을 나가 보았다.
봄은 겨울을 이기고 이미 다가와 버렸다. 발밑에는 땅이 불끈 힘자랑을 하고 꿈틀거리는 흙을 보고야 봄이 왔음을 알았다. 몸을 움츠린 우리가 한 겹 더 껴입으려고 할 때 이미 고개를 든 새싹들은 어서 일어나라고 했나 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날씨 탓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부터는 길을 걸으면 앞만 보지 말고 땅에 가깝도록 몸을 낮추어 볼 일이다. 길목이 좋은 자리엔 벌써부터 꽃다지가 작은 키인데도 유채꽃처럼 피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 몰랐을 뿐이지 자신의 존재도 알아 달라고 하는 것 같다.
며칠 있으면 뻥 튀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벚꽃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해야겠다.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분 좋은 일도 생긴다. 기다렸던 우리에게 날마다 다른 새 생명들을 선물해 주는 봄에게 고마워해야겠다.
집 안에 있는 것 보다 집 밖에서 기분 좋게 봄맞이를 하기 바란다.
그냥 지나치는 것 보다 가지 끝에서 말문을 열고 있는 어린 싹에게도 말을 걸면 재미가 있을 것이다.
손님은 오래 머물지를 못한다. 봄은 짧게 있다 급하게 갈 것이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한 번 도전해 볼 일이다.
귀한 손님을 잘 대접해서 기쁜 마음으로 여름에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