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를 비롯한 봄의 전령사들이 차가운 기운을 밀치고 성큼 다가선 요즘,주말이면 나들이 차량들로 거리가 가득하다.
가벼운 발걸음에 마음마져 앞서 사람들마다 나뭇가지에 빙그레 물오르듯 생기가 넘친다.
누구에게서나 웅크리고 있던 겨우내 심신들이 새순 돋듯 햇살을 반긴다.
하지만, 이제부터 막 시작되는 교통사고와 각종 범죄는 경찰이 해결해야할 답을 구하기 힘든 과제이기에 봄날이 모두에게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 사고처리와 뺑소니 사고 등 해결 과정에 있어 어려움도 그렇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그늘진얼굴을 보면 봄기운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지금보다 뭔가를 더 많이 해야될 것같은 압박감과 초조함이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와 어깨를 짓누른다.
말로만 듣던 오십견이 나이와 상관없이 왠 말인가 싶다.
어떻게 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보면 세상의 고민을 혼자 다 지고 있는 양 싶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제복의 무거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고사를 빌리면, 중국에 왕소군이란 사람이 있었다.
초선, 서시, 양귀비와 함께 4대 미녀로 꼽히는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시 구절로도 유명하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이는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같이 않구나 라고 하는 자신의 서글픈 심정을 읊은 그녀의 시 구절이다.
간명하면, 중국 한나라 원제(元帝)는 후궁들이 많아 일일이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궁중화가인 모연수에게 후궁들의 초상화를 그려 바치도록 하여 황제가 초상화를 보고 마음에 드는 후궁을 곁에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궁녀들이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고 잘 그려달라고 부탁을 하였는데 왕소군만은 뇌물을 주지 않아 모연수는 그녀를 괘씸히 여겨 얼굴을 매우 추하게 그렸고, 얼굴에 점마저 찍어 놓아 황제는 그녀를 한 번도 곁에 두지 않았다.
그러던 중 흉노족 선우(왕) 호한야가 궁녀중 한 사람을 왕비로 삼기를 청하자 황제는 주변 이민족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궁녀를 보내기로 했는데 한번도 곁에 두지 않은 추녀인 그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윽고 이별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황제는 처음으로 왕소군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빼어난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겼다. 하지만 이미 그녀를 보내기로 결정되었으므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가인박명이라고 했던가?
황제는 아픈 마음을 달래며 그녀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격노한 황제는 모연수를 참형에 처하게 되었다.
황량한 이국땅에서 풀 한포기, 꽃 한송이 피지 않는 쓸쓸한 봄을 맞아 정든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그렇게 읊었던 것이다.
봄은 계절의 시작이며, 생명이며 희망이며 꿈이며 설레임이며 어린이의 천진난만함이다.
하지만, 각 종 사고 소식을 접 할 때마다 계절이 주는 묘미를 느낄 수 없으니, 교통경찰관의 마음이 옛날 왕소군 느꼈던 서글픔이라면 너무나 비약적인 표현이 될까?
언제부턴가 두려운 우리만큼 저녁뉴스를 어렵게 접한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사명이란게 시간이 갈 수록 힘들게 와 닿는다.
혹자는 현장지도와 단속, 홍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교통사고가 나고 있으므로, 종교를 초월해서 주말에는 모두 정화수 떠놓고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우스갯 말을 한다.
경찰관의 업무가 기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듯이 모든 일에는 기도를 드리는 정성이 필요하니까.
이렇듯 많은 고민과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 밤에도 변함없이 순찰차는 쓸쓸한 거리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