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
이 청 (서양화가) 얼마 전 로버트 그린이 쓴 ‘권력의 48개 법칙’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은 “권력이란 원래가 비도덕적인 것이며, 도덕을 들먹이는 것은 낙오자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권력과 윤리는 언제까지나 손잡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린에 의하면 이것은 현실을 무시한 엄청난 거짓말이다. 우리는 또 권력은 정당한 수단의 공정한 행사를 통해서만 유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린에 의하면 이 또한 허튼 말일 뿐이다.
권력이란 근본적으로 도덕과 무관한 것이며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은 속임수와 잔재주를 써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조금도 없다는 것이 그린의 주장이다. 다만 너무 눈에 띄게 잔재주를 부리고 권력에 허기진 사람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권력을 탐내는 사람은 정직과 성실의 탈을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정직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충고(?)하고 있는 그린은 다음과 같은 마키아벨리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선량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선량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파멸될 수밖에 없다” 이런 원리에 따라 그가 열거하고 있는 방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늘 사람들이 자기에게 의존하도록 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흔히 조직 안에서는 신의니 우정이니 하는 것이 자기 위치를 든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존재라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그 명수가 키신져였다. 그는 비스마르크의 책략을 이용했다. “나약하고 불안스러워 하는 지도자로 하여금 너의 힘과 교활함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래서 닉슨은 키신져를 미워하면서도 끝까지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한 법칙은 이렇다. “일은 남들이 하게하고 그 공은 언제나 당신이 갖도록 하라” 강력한 권력자는 모든 것은 자기가 도맡아 하려다가 지치고 만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에디슨을 본떠야 한다. 그에 의하면 에디슨은 평범한 과학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뛰어난 발명가들을 그 밑에 끌어들여서 그들의 연구 결과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항상 화젯거리가 되어야 한다” 권력 게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적은 무자비하게 짓눌러라. 조금이라고 손을 늦추면 나중에 큰 코 다친다” 이 법칙에 충실한 사람이 빌 게이츠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린의 책을 읽지 않더라도 우리네 권력자들이 잘 아는 사실이다. 그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승리자가 되었을 때 걸음을 멈춰라”, “두루 뭉수리가 되라”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충고한대로 가장 위험한 것은 권력을 잡은 다음이다. 승리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그리하여 그저 자기가 잘나서 승리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권력을 잡고나면 바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방향을 모색하는 유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무자비하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여기 유연하게 잘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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