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베이비붐 세대
이 호 영
(김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은퇴를 시작하는 원년(元年)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한국전쟁 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대략 712만명에 달하며 전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인구집단이다.
일본과 미국에도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가 있지만 우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초고속 스피드의 저출산·고령화와 겹치면서 후폭풍이 더욱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는 2차 대전 후인 1946년~1949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덩어리) 세대라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다. 단카이 세대는 680만명 정도로 인구의 5%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46년~1964년)는 7천700만명으로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집단이지만 우리에 비해 저출산이나 고령화 진행속도가 더디어 안정된 인구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충격이 적은 편이다.
일본과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무풍지대를 가듯 정치·경제의 주역과 실세 자리를 누렸지만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는 ‘끼인 세대’라 불린다.
이 세대는 1970년부터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으로 소비와 생산의 주도세력으로 경제성장을 책임져 왔지만, 앞선 산업화 세대의 권위에 눌리고 뒤따른 386세대와 인터넷 세대의 기세에 밀려 상투 한번 변변히 잡아보지 못했다.
숨 막히는 권위주의 시대에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어렵사리 잡은 직장에 뿌리내리나 싶을 때 IMF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세대는 허리 휘도록 자식 교육시키느라 모아둔 돈도 없다. 자식을 사회로 내보내 가정을 이룰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야 할 세월이 많이 남아 노후 앞가림은 꿈도 못 꾼다.
은퇴시점부터 다르다. 미국과 일본은 60세이고 우리는 55세다. 이것은 은퇴가 아니라 퇴장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제2인생 개막이 아니라 거세다.
전문가들은 금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아 1년에 수십만명씩 은퇴하면 우리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세대의 대거 정년퇴직은 노령층 실업을 유발하고 내수시장 위축과 사회보장비용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국가재정의 악화와 경제 활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군다나 베이비붐 세대가 쓰나미처럼 노동시장을 빠져나갈 경우 노동력의 양과 질이 떨어져 노동생산성과 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된다. 베이비붐세대의 대거 퇴장은 이 같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 뿐 아니라 연금, 보험 등에 주는 영향도 크고, 퇴직 후의 생활 스타일에 따라 예금의 붕괴로 개인저축이 감소하여 소비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3년 앞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된 일본은 이미 혹독한 대량 은퇴 후유증을 겪고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퇴장은 결국 사회의 위기를 의미한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급격한 혼란에 처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우선 이 세대의 노동시장 퇴장을 늦추어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통하는 등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 제공 못지않게 은퇴교육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은퇴설계에 이르기까지 각자에 맞는 노후설계를 준비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서 도시형 보금자리 주택에 버금가는 농촌형 보금자리 주택을 보급하고 집단영농과 봉사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세대는 인구규모가 급격하게 팽창된 세대이기 때문에 진학, 취업, 결혼, 주택문제 등에 있어서 심각한 경쟁상황을 겪었지만, 자기들끼리 잘 뭉치는 특징과 풍부한 노동력으로 한국의 고도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보듬고 책임져 주어야 할 차례이다.